같은 강아지인데, 왜 아빠만 칭찬을 들을까?

또리 산책의 미스테리

by 도그앤미

우리 가족에게는 오래된 미스테리가 하나 있다.

같은 강아지 또리를 데리고 나가는데,

유독 아빠에게만 칭찬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중년 아저씨들은
“와, 멋지다!” 하고 지나가고,


꼬마아이들은
“어머, 예쁘다~” 하며 발을 멈춘다.


길 지나던 할머니들도
“아유, 귀엽다!” 하고 감탄을 한다.


심지어 다른 강아지 주인들도

“노견인데 건강해 보이네요.”

하고 말을 건넨다.


야간 산책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조용한 밤길을 걷다가도 젊은 부부가

“너무 귀엽다”며 미소를 짓고 지나간다.


아빠는 또리를 데리고 나가는 그 순간,

어디서든 칭찬을 놓치지 않는다.


동생은 그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가 지어내는 거 아니야?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 아냐?”


나는 한술 더 떴다.

“또리가 귀엽다고 말할 때까지 협박하는 거 아니야?”


그 정도로 엄청난 칭찬 빈도수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예외는 없다.

택배 기사님이 “오, 이쁘네. 몇 살이야?” 또리에게 물어보고

아빠가 “15살이에요”라고 대신 답하자

“젊어보여서 나이는 상관없어” 라고 하셨다는 일화까지 있다.


아빠는 그럴 때마다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멋진 강아지 주인이라서 또리 덕분에 뿌듯해.”


아빠의 산책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이미지 (아빠의 프롬포트로 AI 제미나이가 제작)

하지만 우리 엄마의 산책은… 조금 다르다.

아빠의 무용담을 잔뜩 들은 엄마는

은근히 기대를 품고 또리 산책을 나선다.


어느 날, 누군가 또리를 보며 뭐라 말하길래

엄마는 ‘드디어 나도 칭찬을 듣는 건가!’ 하며 설렜다.


“네?” 하고 되묻자 돌아온 말은,

“아유, 털을 왜 안 깎아줘요? 답답하겠어…”


그리고 어떤 날, 한 아주머니는 또리를 보자마자

“아휴, 무서워라! 너무 무섭게 생겼다.”

하고 가버리셨다.


칭찬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하는 엄마.

어쩐지 조금 짠하다.


나는?

내가 산책을 나가면 거의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한 바퀴 조용히 돌고 돌아올 뿐.


그래도 한 번은 있다.

아이들끼리 지나가며

“야, 강아지 봐! 너무 귀여워!”

하며 수군거리던 순간.


그걸로 충분하다.

하하.


형아는 산책을 거의 안 나가니 통계에서 제외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빠만 산책 나가면 이렇게 칭찬을 들을까?

왜 같은 또리를 데리고 나가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다를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작 또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다.

집에서 또리가 가장 크게 꼬리 흔들며 달려가는 것도,

말을 가장 잘 듣는 것도,

누구보다 먼저 찾는 사람도 늘 엄마다.

또리는 단단한 '엄마 바라기'다.


어쩌면 또리는

밖에서는 아빠를 조금 빛나게 해주고,

집 안에서는 엄마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방식으로

또리만의 균형을 맞추는 중인지도 모른다.


같은 또리이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 가족에게 각자의 순간을 선물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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