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것들

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 슬픔과 그리움

by 도그앤미

새벽에 꿈을 꾸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엄마의 다급한 전화.
정신없이 일어나 장례 준비를 돕겠다고 말하는 나.
그리고 숨이 막히도록 꺼이꺼이 울던 장면.

그 울음소리에 스스로 깨어났다.


꿈에서 깬 순간, 잠깐은 “역시 꿈이었구나” 하고
현실에서 안도하려는 찰나,

몇 초 뒤, 차갑게 밀려오는 사실.

—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것.

그제야 꿈속에서의 울음이 현실의 울음으로 이어졌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상실감은 몇 배로 증폭되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는 3년.
그때도 슬펐지만 지금 같은 고통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미친 듯이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있으니까…’라는 마음이
내 감정을 어딘가에서 붙잡아주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심리적 버팀목이 되어주어서 슬픔을 잠시 유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두 분 모두 떠나신 뒤에서야 깨닫는다.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지금에서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

치아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스치고,
그 고생이 생각나 가슴이 아려온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지 벌써 일곱 달이 지났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아프다.

오래 아프시다가
내 결혼식 일주일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를 치르고,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신혼집을 꾸미고…
정신없이 지나가던 시간들 속에서
슬픔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이제야 조금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자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과일 하나를 사도가까운 마트가 아닌 더 싼 시장을 찾으셨던 할아버지.
평생을 아끼고, 참으며, 고생하면서 살아오신 두 분.


그런 삶을 떠올리면
살아계실 때 좀 더 편하게, 좀 더 누리면서 사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새벽에 문득 두 분이 너무 보고 싶어
참지 못하고 쓰는 글이다.

지금의 그리움을 어디에 둘 수 없어
이곳에 잠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노래.
윤하 7집의 ‘포인트 니모'와 6집의 '별의 조각'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닫힌 계에서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는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


우주는 닫힌 계.
질량도, 에너지도 이 안에서만 다른 모습으로 변환될 뿐
결국 어디에도 흘러나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내 곁에 없지만
소중한 두 분 역시
우주 어딘가에서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너무 보고 싶고,
함께 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지금이라는 시간도 언젠가
또 그리운 과거가 될 테니, 현재의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걸 가장 기뻐하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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