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족은 왜 크고, 이크란은 왜 잘 날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본 이후,
종종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생명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구와 다른 물리 조건은 생명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까?"
아바타 시리즈는 이 질문을 놀라울만큼 설득력 있게 시각화한 영화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판도라의 생명체들이 단순히 '외계인처럼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처럼, 그 행성의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결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도라는 어떤 곳일까.
나비족은 왜 인간보다 크고, 잘 뛰고, 넘어져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까.
또, 이크란은 왜 판도라의 하늘을 그렇게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
1. 판도라의 중력은 지구의 약 0.8배이다.
아바타 1편에서 쿼리치 대령은 이렇게 말하며 고중량 웨이트를 소흘히 하지 않는다.
"This low gravity will make you soft."
판도라는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행성이고,
이 차이는 생명체의 형태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중력은 우리 몸을 언제나 아래로 누른다.
우리의 척추는 평생 이 압축을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중력이 약해지면 이 압력이 줄어들고,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팽창하면서 전체 신장이 늘어난다.
실제로 우주 비행사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키가 몇 센티미터 커졌다가
지구로 돌아오면 다시 원래 키로 돌아온다.
즉, 판도라의 낮은 중력은 나비족이 인간보다 훨씬 큰 키와 체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반대로, 지구보다 중력이 강한 행성이라면, 생명체는 더 짧고 단단한 체형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2. 인간은 판도라에서 숨을 쉴 수 없다.
영화 속 인간 '스파이더'는 엑소팩이라는 마스크 없이는 숨을 쉴 수 없다.
아바타 1편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순간
4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판도라의 대기는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유독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18% (지구는 0.04%)
*인간에게 매우 유독한 황화수소 소량 포함
*메탄, 지구에서는 발견조차 힘든 제논 등 인체에 부적합한 기체 다수
이러한 조성은 혈액 속 산소 전달을 방해해 짧은 시간 안에 의식을 잃게 만든다.
3. 대기압은 비슷하지만, 공기는 훨씬 뻑뻑하다.
흥미로운 점은 판도라의 대기압 자체는 지구의 0.9배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 분자들이 더 무겁고 빽빽해 대기밀도는 지구보다 약 1.2배 높다.
이 차이는 생명체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준다.
판도라의 많은 생명체들이 (나비족을 제외하면)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것도
이 높은 대기밀도에서 더 큰 추진력을 얻기 위한 적응으로 볼 수 있다.
공기가 뻑뻑하면 움직이기 힘들 것 같지만, 비행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행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양력이다.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밀어낼수록, 그 반작용으로 몸은 위로 떠오른다.
대기밀도가 높다는 것은 같은 부피 안에 더 많은 공기 분자가 있다는 뜻이다.
즉, 밀어낼 재료가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판도라에서는 적은 힘으로도 이륙이 가능하고,
'이크란' 같은 생물들은 고밀도 판도라 대기 속에서 날개를 이용해 자유롭게 활공한다.
원리는 지구의 새들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효율적이다.
4. 판도라는 정확히 말하면 행성이 아니라 '위성'이다.
판도라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행성계인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위치해 있다.
알파 센타우리는 알파 센타우리 A, B, 그리고 프록시마로 이루어진 삼중항성계이며,
판도라는 그 중 알파 센타우리 A의 영향권에 있는
거대한 가스 행성인 폴리페무스 주위를 공전하는 14개의 위성 중 하나이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 해도 지구에서 판도라까지는 4.37광년.
빛의 속도로 가도 4년이 넘게 걸리는 거리이다.
5. 나비족은 왜 넘어져도 금방 회복할까?
판도라의 고등 생명체들은 인간과 결정적으로 다른 골격을 지녔다.
나비족의 다리는 칼슘 기반의 뼈가 아니라
고분자 탄소섬유 복합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훨씬 가볍지만,
강도는 몇 배 이상 높고,
탄성이 뛰어나 충격 후 원형 복원이 빠르다.
즉, 자주 뛰고, 자주 착지하고, 자주 넘어지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구조다.
판도라 생명체들의 민첩함과 회복력은 초능력이 아니라
판도라 행성의 물리 조건에 맞게 진화한 결과다.
판도라를 알아갈수록 아바타는 단순 SF 영화가 아니라,
물리 조건이 달라졌을 때 생명이 선택했을 법한 또 하나의 결과처럼 보인다.
중력이 약하면 몸은 커지고,
공기가 빽빽하면 날기 쉬워지며,
그 환경에 맞춰 뼈의 재질까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아바타 세계관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영화 속 판도라에 현실처럼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문에 사용된 영화 아바타 관련 이미지는 리뷰 및 감상을 위한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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