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러너의 도전기 ①

과연 햄스트링이 문제일까?

by 도그앤미

2024년, 한창 달리기를 열심히 하던 시절의 일이다.


지각할까 봐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에서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아뿔싸.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러닝을 했다.


문제는 러닝 한 다음 날이었다.

기침을 했다.

"에취."


그리고 에취 한 1초 후,

내 허리는 갑자기 망가졌다.

서 있는 것조차,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 만큼.


병원에서는 "허리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냐고 묻자, 의사 선생님께서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남자가 늦잠을 자서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바로 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환승해야 할 지하철도 놓칩니다. 회사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새똥을 맞죠. 남자가 새똥을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늦잠 때문일까요, 버스와 지하철을 놓쳐서일까요, 아니면 그 자리에 새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다요?"


"맞아요. 다입니다. 환자분의 허리가 이와 같이 된 것도 복합적입니다. 유전적으로 허리가 약한 것, 화장실에서 뒤로 넘어진 일, 그것을 무시하고 뛴 선택, 그리고 기침이라는 충격까지 모두가 겹쳐서 지금의 통증이 된 겁니다."


그렇게 내 슬픈 허리디스크가 시작되었다.


그 후로 6개월 동안 달리지 않았다.

러닝을 다시 시작한 뒤에도, 한 달에 1~2번 정도 간헐적으로만 뛰었다.

몸이 예전같지 않은 상태이니 달리기가 겁났다.


그러다 결혼을 했다.

내 러닝 인생의 2막은 결혼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신혼집은 양재천 근처 빌라였다.

양재천 근처라니, 안 뛰고는 베길 수 없는 곳이다.

새 동네에 적응도 할 겸, 조심스럽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상쾌한 공기, 푸른 나무들, 흐르는 강,

그리고 그 사이를 달리는 나.

몸이 말하고 있었다.

'아, 나 살아있구나.'


양재천에서 한강까지.jpg 양재천에서 한강까지. 달리던 길이 강을 만나는 순간.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

달리다 보면 그 잡생각들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5키로는 넘게 뛰어야 줄어들었지만. 하하.


문제는 그때부였다.


어느 순간부터 뛰다보면 오른쪽 허벅지 뒤쪽이 쑤셨다.

'어? 햄스트링 문제인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비싸기로 유명한 폼롤러도 사고, 운동 전후 허리를 숙여 햄스트링을 틈틈이 늘려줬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햄스트링만 잘 풀면 되겠지.' 라고 믿고

달리기를 강행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허리가 갑자기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익숙하지만 결코 반갑지 않은 그 통증이다.

그 날이 다시 오고야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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