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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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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간 김개똥 Jan 30. 2022

지금 바로 퇴사해도 될까? 현실적인 질문 두 가지

두 개 다 충족된다면, 지금 당신의 사표를 갈겨주세요

자고로 공주에게 사회생활이란 힘든 법이다. 

나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늘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 세상은 나같은 공주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걸까? 여왕되기 참 빡세구나" 하며 말이다.


물론 진짜 나를 공주라고 생각한다던가 그런 중증은 아니고... 그냥, 내게 쳐해진 이 불합리함을 어떻게든 이겨내는 데 그만한 위로가 없다. 이 너머 더 큰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그럴지 모른다는 희망고문.


아아 공주라 외로워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무기력 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못참겠어'라는 생각이 들 땐데, 이 생각에 한 번 빠져버리면 생각이 겉잡을 수 없이 쳇바퀴를 돌게 된다.


쳇바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와 힘드네 - 일은 참겠는 데, 사람은 못 참겠어 - 근데 내가 퇴사하면 또 이런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 못다닐 건 뭐람? - 요즘 취업도 어렵다는데 - 아 나하나 갈데 없을까? - 휴 그치만 어딜가도 다 비슷할텐데 - 아 차도에 뛰어들고 싶다 - 모르겠다 - 살려줘 - 다니면서 이직할 곳 찾아봐야지 - 아 힘드네 - 일은 참겠...

이쯤되면 지킬 앤 하이드가 부럽지 않다.

힘들어 죽겠다는 현실과, 그만둬도 갈 곳이 없다는 현실. 두 가지 현실이 부딪히는 지점이 반복되며 생각의 쳇바퀴를 돌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나와 비슷한 분노, 슬픔, 좌절, 고통을 겪는다. 그

리고 이 이후의 행방은 약 80% 똑같다. 그냥 버티는 거다. 모든 솔루션 중에 가장 잃을 게 없는 솔루션을 택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처를 알아보겠다고 말만 하고, 바쁘고 힘들다고 그냥 쭉 회사를 다니게 된다. 그리고 점점 고통과 나락에 빠지게 된다. 가장 위험이 없는 답지를 택한다고 예쁘게 포장하고, 그냥 노력할 의지도 없고 뛰어들 용기도 없으니 현실에 순응해버리는 처방을 하는 것이다. 약간 안아키라고 해야할까.



문득 퇴사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던 날, 나 역시 99997번 정도는 그렇게 "버티자" 결심했다. 그리고 딱 3번, "에라 모르겠다" 하고 퇴사를 저질렀다. 그렇게 나이치고 거친 퇴사와 불안한 월급과 그걸 지켜보는 내 정신력을 보면서 생각한 건, 퇴사는 사실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이, 딱 2가지 질문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그 때 비로소 해도 된다는 결론이었다.


이 글은 여러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으면 퇴사하세요 위로도 아니고

회사 가는 길에 차에 치여버리고 싶으면 퇴사하세요. 같은 공감을 살 글도 아니며

지금 가슴이 뛰는 일을 하세요. 같은 감성적인 최면도 아니다.


내가 하는 두가지 질문에, 명확하게 정의하고 답할 수 있나?

스스로가 이 질문을 답할 수 있는지 되돌아 보길 바란다.




먼저 첫번 째 질문이다.


세상엔 생각보다 먹고살 길이 많다. 
당신이 해야 할 게 뭔지 알고 있는가?


퇴사 이후에 우리에겐 딱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거나, 아님 회사를 나오거나.



01. 회사가 답이 없는 유형

만약 '그 회사'가 싫은 거라면 이직을 추천한다.

그 회사 사람이 싫거나, 그 회사의 시스템이 싫어서 나오는 거라면 이직 만한게 없다.


흔히 이직 앞에서 우리는 바보같은 고민을 한다.

"(복지, 월급 등등이) 이만한 회사 또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스스로에 대한 기만은 그만둬라. 그런 회사를 들어갈 수 있으니 그 회사에서도 당신을 뽑아준 것이다. 운이 좋아서 취업했다 같은 핑계도 그만둬라. 한 번 좋은 운, 또 좋을 수도 있지. 


퇴사하고 이직하든, 다니면서 이직하든 싱관 없다.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말 말고, 충분한 정성을 다해 이직처를 찾아라. 대충 점심시간에 잡코리아 빠른지원 몇 번 갈겨보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다.

왜 이렇게 성의가 없나? 대충 점심시간 메뉴 고르듯이 회사를 고르지 말자.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려해도 나오고 싶은게 회사다. 


지금 "왜 회사를 나오고 싶은지" 정의하고, 몇 가지를 포기하더라도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대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뒤에서 좀비가 쫓아오는 것 처럼 애 좀 써보자.

하루에 절반 이상을 보낼 곳이다. 점심 메뉴가 아니다.




02. 내가 답이 없는 유형


그 회사가 안 맞는게 아니라, 회사 시스템이 안 맞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나는 조직문화에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비효율 적인 회식 회의 친목 너무 힘들어 함)

무엇보다 열심히 일해도 똑같은 돈을 번다는 게 억울했다.

전형적인 '퇴사형 인간'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단 용기를 내야한다.

마냥 험난해 보이는 회사 밖 프리랜서, 사업가의 세계지만

세상엔 생각보다 먹고 살 길이 많다.



예를들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작가'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하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작가는 돈 못번다"는 생각을 먼저 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세부 전문분야에 따라 받는 돈이 정말 천차 만별이다.


최저임금 수준, 하지만 방송을 만드는 꿈을 살릴 수 있는 방송작가

그럭저럭 평균적인 보수. 생각보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녀야 하는 에디터

높은 보수. 하지만 자기 글 보다는 남을 위한 글을 써야하는 브랜디드작가


딱 3가지 직종만 썼는데, 월 임금 차는 500만원 가까이 날 것이고, 하루에 하는 일도 완전히 다르다.

어떤 일을 하고싶은지 명확하게 정할 필요는 없다.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

그냥 일단 해보면 대충 시작은 되고, 그러면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다.

시간 아깝다고? 그냥 뭐라도 해보는 게 앉아서 고민만 하는 것 보단 무조건 빠르다. 무조건.




다시 질문해본다.

세상엔 생각보다 먹고살 길이 많다. 당신이 해야 할 게 뭔지 알고 있는가?


노력이요. 같은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다.

이직을 할 것이라면, 당신이 어떻게 무슨 행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지금 쳐한 위기로 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대답해 봐라. 


가고싶은 그 회사. 왜 못가는가? 채용이 잘 안나서? 인사팀한테 메일을 보내 보자. 

외국어 성적이 모자라서? 그럼 그냥 공부를 하자.

힘든가? 그것도 못 버티면 그냥 이직 안하는 게 낫다. 다니자.


회사생활이 안 맞고, 프리랜서나 사업을 하고 싶은가?

그럼 무엇이 하고싶은가?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써보고 잡생각 하지말고 일단 해보자

어떻게 해보냐고? 그냥 해보자. 크몽에 구인이라도 올려보고 공짜로 해준다고 삐라라도 돌려보자.


그때, 비로소 희미하나마 대답이 나오는 걸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두번 째 질문이다.


방금 한 말, 말이 쉽다. 알고 있는가?


1번 질문에서 내가 든 예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525,600분짜리 영화의 하이라이트 10분이라는 의미다.

나머지 525,590분은 생각보다 빡셀 수 있다는 뜻이다.

            

퇴사를 하면 집에 틀여 박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무리 꿈이 많다고 해도 수입이 끊기면 사람이 불안해진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감당해야 할 것이 많은 White hand(백수)의 삶은 자연히 우울해 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두 가지 최악의 결말은 '좋은 일거리를 찾지 못해 영구적 백수가 되는 것''급한 맘에 전 회사보다 더 안 좋은 회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래저래 세상에 치이다 보면 원래 왜 퇴사를 했는지, 내 목표는 뭐였는지 점점 잊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 극단적으로 치닫고 만다.


이것만 안하면 된다. 편하게 생각하자.

퇴사 이후의 상념은 체력과 정신력을 깎아먹은 것 외에 별 다른 의미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별다른 해결 법도 없다. 그냥 내가 저지른 일이니 어쩔티비... 어쩔퇴사... 하며 견뎌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생각이 안드는 사람도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퇴사 후 우울 현타 후회는 '아마도' 랄까 '그럴지도 몰라' 같은 예상이 아니다.

그냥 그런거다.

당연한거.


아니, 해결법도 없는데 뭐 어쩌라는 것인가? 싶다면 편하게 생각하자. 

'어차피 뭘 하던 이런 현타와 우울이 올 거임'

'이거 엄청 당연한거임. 내가 멍청이 방구인게 아님'

이 정도만 생각해도 된다.





퇴사를 꿈꾸는 당신, 죄 진 거 아니다.


워낙 세상이 팍팍하고 실업률도 끝없이 높아지다 보니, '퇴사'라고 하면 볼드모트 이름을 들은 것 마냥 파르르 대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미생'에서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하도 지랄로피테쿠스를 해서, 미생 보지도 않았는데 그 장면만은 안다.

      

그나마 진보적이라는 브런치에서마저 '퇴사'를 검색하면 '퇴사하지 말라', '어디나 다 비슷하다', '이직처를 먼저 구해라'는 글만 산더미처럼 나온다. 그 과정에서 퇴사를 꿈꾸는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은 죄책감만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기승전 자기 자랑 같아서 말 하기 싫었지만, 

3번의 퇴사를 경험하며 나의 삶은 조금씩 아니면 어쩜 훨씬 더 나아졌다. 

물론 그 상황이 순탄치는 않았다. 

정신과도 갔다 왔고, 꽤 오랜시간을 이전 회사 월급을 까먹고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 역시 많다.



먼저 나에 대한 제대로 된 '바라봄' 

"이런 회사 다시 못 갈 것 같았는데, 결국 그 회사가 날 뽑은건 이정도 수준은 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본 시험인데! 아까웠지만 그정도 머리가 됐기 때문에 그 시험을 붙은 거였다."

삶에서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던 많은 부분이 나의 실력이었고, 수준이었다는 사실.

(이상하게, 이것만 제대로 알아도 시험 합격률이 쑥쑥 올라간다.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제대로 된 '바라봄' 

"이런 일이 있구나."

"이런 일은 이정도의 보수를 받는구나."

회사에 다니다 보면, 그 세상이 세계의 전부인 것 처럼 살게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많은 부품들이 결합되어 돌아가는 체계라는 걸 알게 됐다.



내 주변에 퇴사 이후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열 명 중 네명 쯤 된다.

생각보다 확률이 높다고? 저 4명은 마음이 급해져 최악의 결말('좋은 일거리를 찾지 못해 존버하다 영구적 백수가 되는 것'과 '급한 맘에 전 회사보다 더 안 좋은 회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결국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 재취업을 하든, 사업을 하든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떡국열차 박태민처럼 퇴사를 한 후 놀고먹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결국 인생은 그렇게 조금씩 고치면서 성취해 나가는 것이다. 


퇴사도 그렇다. 당신의 꿈이 단순히 '회사 탈출'이든, 아니면 더 나은 삶을 향한 한 걸음이든. 괜찮다. 일단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완성해나가면 되니까. 좌절만 하지말자. 퇴사는 죄도 아니고 볼드모트도 아니니까. 너무 겁을 먹거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쁜 나는 공주라 외롭지만 여왕이 되기위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해보자. 후, 공주수업 빡세다. 여왕되면 싹 숙청시켜버림. 하면서 말이다.


퇴사가 하고싶다면, 명확하게 뭘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자. 계획 세우지말자. 그냥 실천부터 하고 차근차근 세우자. 뭐든지 하나라도 해볼 때 생각된다. 게으른 완벽주의는 걷어차버리자.

꿈꾸는 삶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니, 지금 뭐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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