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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나 Sep 22. 2020

좋은 책 한 권

여덟살 인생

"Mum, I told everyone in my class that you are a novelist"

"뭐!!!!!"

"Why? Shouldn't I? "

"말하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음.... "


하교 후 데리러 간 나를 보고 차에 뛰어들며 네가 말했다.

십 오분 안에 댄스 학원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너는 차 안에서 리오타드로 옷을 갈아입고 물 수건으로 얼굴 땀을 닦고 몽쉘통통도 입에 쏙 집어 넣었다.

댄스학원에 갈 준비를 능숙하게 마친 너는 주차를 마친 내게 뒷통수를 내민다.


어렸을 때부터 순하디 순하여 내내 누워만 있었던 너의 뒷통수는 다소 납작하고

너의 머리결은 아직도 아기같이 가늘고 숱이 적다.


열심히 뛰어논 흔적이 흥건한 머리카락을 끌어 모아 댄스에 적합한 올림 머리를 해야하는데 나는 그 머리를 만드는 일이 아직도 서툴다.

일주일에 다섯번 하는 일인데도 할 때마다 난감하다.


"엄마를 노블리스트라고 말하면 어떡해"

"You are a novelist, RIGHT?"

"엄마는.... 엄마는 소설책 한 권밖에 안낸 사람인데 노블리스트라고 불리기엔 너무 부끄럽다."


너는 채비를 마치고 신발과 물통을 들고 차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입을 맞추었고,

나는 재빨리 얼굴을 돌려 너의 정수리에 코를 갖다댄다.

그리고 오늘 네가 머금은 볕과 풀의 냄새를 한번에 낚아챈다.

두시간 반동안 재미있게 하고 와.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맨날 하는 이야기를 오늘도 똑같이 네게 말한다.


"엄마"

"응?"

"엄마, 안 좋은 책을 열권 내는 것 보다

좋은 책을 한 권 내는게 훨씬 더 멋진 일이야."


조그만 몸짓으로 나풀거리던 네가

벼락같은 말을 남기고 날아가 버렸다.


기억할만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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