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나 May 05. 2020

엄마, 아빠랑 같이 잤어?

난방텐트란 무엇인가

헤이 달링! 난방텐트를 치니까 춥지 않았지?

나는 난방텐트를 치고 아빠랑 자려니까 어젯 밤 세 번이나 깨고 말았다. 한번은 네 아빠가 방구를 너무 크게 껴서 경악을 금치 못해 깼고 두번 째는 너희 아빠가 화장실에 가길래 나도 깼고 세번 째는 침대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해서 깼다. 난방텐트 안에 십이년차 부부를 구겨넣는 일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네가 이 주 전 어느날 아빠에게 물었어.

" 아빠 혹시 나 때문에 엄마랑 같이 못 자는거야?"

"어... 어... 뭐... 그렇지"

그 날로 네가 짐을 싸서 네 방으로 갈 줄 정말 몰랐다. 아빠와 나는 네가 며칠 혼자 자다가 포기하고 엄마 옆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었다. 네가 태어나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잠자리가 이제는 더없이 익숙하고 편안해졌다는 것을 네 아빠도 나도 표현만 안했지 알고 있었다. 나는 아빠의 담뱃내를 맡지 않아도 되고 아빠는 엄마의 깔끔함을 견디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나는 아빠보다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너를 껴안고 자는게 좋았고 아빠는 대각선으로 뻗어 자도 걸리적 거릴게 없으니까 좋았다.


그런데 네가 잠자리 독립을 한 뒤, 아침마다 우리에게 와서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잤어?"


물어보는 질문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으면서도 우리 부부는 낯이 뜨거웠어. 은밀한 저의가 있는 질문처럼 느껴져서 혼자 그래버렸다.


"나는 혼자 자는 Risk를 Take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같이 안 잤다고?!?!"


너의 성화에 아빠와 나는 다시 한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고 날이 추워졌기에 난방텐트도 쳐야했고 그래서 아빠와 나의 간격은 너무나 좁아졌다. 우리 둘 다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말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빠는 시치미를 뚝 떼지.


"불편한거? 전혀 모르겠는데"


사실을 꼭 말할 필요는 없거든.

현재의 불편함이 나를 훈련 시키고 난 후엔 자연스러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인간의 망각은 참으로 쉽단다. 사피엔스라는 종은 환경을 내 것으로 소유하고 변형시키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니 나도 아빠도 우리 살기에 적절한 변명을 해 가며 또한 스스로도 그 변명을 사실이라 믿으며 필요한 시간들을 참아낼 것이다.


너는 왜 리스크를 테이크 하면서까지 혼자 자기를 선택했을까.

엄마 껌딱지라서 삼미터 이상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네가.

아직도 새학기 첫날엔 하교 후에 엄마가 보고 싶었었다고 고백하는 네가.

자다가도 엄마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러 잠옷을 만지작 거리는 네가.

무서운 꿈을 자주 꾸는 네가.

너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을 희생하며 혼자 자기를 선택하게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늘 밤에도 난방텐트 안에서 잘 자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딸아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고르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