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센 신생아
내가 마더인건 순전히 네 덕분이지.
68시간 진통 후에 마터하스피탈에서 태어난 이월이열매가 2012년 2월 29일에 나를 마더로 만들어줬다.
네가 없었다면 나이가 마흔이고 결혼 십이년차여도 마더는 될 수 없었을터.
양수가 폐에 차서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격리된 네가,
의사 말로는 아이가 중환자실에 오래 있어야 한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 자가 호흡을 할 수 있어서 나랑 같이 퇴원했잖아.
너는 4.3kg.
크고 건강해서 폐에 찬 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쓱 밀어내고 큰 숨을 쉬며 내게로 왔다.
뼈가 굵고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신생아인데 목을 절로 가누는 신공을 발휘했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도 않아.
세상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네 아빠의 유전자의 조합으로 형성되어 우리 가정에 풀씨로 떨어지게 한
수많은 우연과 가늠치 못할 계획으로 점쳐진 너와 나의 조건들을 믿는다.
나는 때로 그 조건들에 굴복하고
또 의심하면서도
네가 아침마다 무사히 눈을 떠 내 침대로 건너와 볼을 부비고 잠옷의 냄새를 맡는 것을 보면
살아있구나! 감탄한다.
이것이 사랑이구나.
너는 내 품에서 자라는동안 할 일을 다 하고 갈 것이다.
예쁜 짓도 다 할 것이고
수천만번 나를 감동시킬 것이고
내 속에서 나온 것이 믿어지지 않을 날이 오겠지.
다 하고 난 뒤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훨훨 날아가렴
내가 보이지 않게 되는 그 날까지 힘차게.
축하해 마더스데이
2020 곧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