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ggy Poo Apr 20. 2023

잘 가요. 또 와요.

  며칠 전 해수욕장을 산책하다가 거대한 크루즈선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크루즈항의 위치를 생각하면 동서 방향으로 정박해 있어야 할 크루즈선이 선를 남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곳을 떠나고 있는 것이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 크루즈선들이 발길을 끊었다가 처음으로 다시 찾은 크루즈선이었다. 단 이틀을 머물고 떠났지만 입항하는 날에 취타대까지 나와 환영을 했다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크루즈선을 기다리고 기다렸나 보다. 떠나는 거대한 크루즈선의 앞과 옆, 뒤로 작은 배 세 척이 나가는 길을 인도해주고 있었다.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오다가 얼추 깊은 곳까지 왔는지 작은 배에서 조금 높은 소리로 '뚜뚜뚜' 하자 큰 크루즈선이 낮고 묵직한 소리로 '뚜뚜뚜' 화답을 하고는 이곳을 벗어났다.

  이 크루즈선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저 크루즈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들이지만 떠나는 그들에게 나는 '잘 가요! 또 와요!' 하며 손을 흔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소심한 마음에 그러지는 못 했다. 나는 헤어짐을 경험할 때면 항상 몇 년 전 소천하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 마음이 힘들었고 지금도 그리움에 마음이 힘들다. '할머니 잘 가세요. 곧 또다시 만나요.'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나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없었다. 떠나는 크루즈선을 보면서 또 할머니가 생각났다. 천국에 가면 두 손을 크게 흔들며 '할머니 나 왔어!' 하고 크게 외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형과 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