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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ggy Poo Dec 06. 2023

저물어 가는 젊은 인생 앞에서

  서른한 살 00 씨는 연락도 없이 응급실로 찾아왔다. 2년 전 간암이 발견되어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받았다고 하는데 소용이 없었나 보다. 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한 무심한 암세포는 이미 여러 곳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이미 그가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점점 더 몸은 안 좋아졌을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두세 시간을 달려 그가 치료를 받던 서울의 병원으로 다시 찾아갔다가 똑같은 대답을 듣고는 우리 병원으로 온 것이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은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으니 임종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뢰서 한 장뿐이었다.

  깡마르고 노랗게 황달이 뜬 몸과 복수로 부풀어 있는 배, 아무런 기력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말 한마디 물어보는 것도 미안했다. 함께 온 배우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이런저런 동의서를 받을 때 배우자는 소리도 내지 않고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한 혈액검사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당장 심장이 멈추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결과였지만 그는 아직 잘 버티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의 고통을 줄여 편안하게 해주는 것과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뿐이었다.

  이틀 뒤, 같이 일하는 선생님에게서 그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어린 자식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의 임종은 예고된 것이었지만 젊은이의 안타까운 요절과 가족들에게 남겨진 무거운 삶의 무게 앞에 마음이 무거웠다. 스물아홉 살에 암선고를 받은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젊은 나이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또 이 나이에 병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흔치 않다. 다만 그가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남겨진 가족들은 또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종종 그지만 나는 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사랑이 많았던 교회 대학부 00 간사님과 천사 같은 목소리를 가진 00 누나가 생각났다. 그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의 죽음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의 삶을 생각할 때에 그 순간이 언제 오든지 남겨진 후회가 없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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