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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ggy Poo Apr 14. 2023

죽음

흔하고 낯선 우리의 운명

“그녀가 죽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기묘한 일이었다. 내게는 그 사실이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관 뚜껑에 못질하는 소리까지 들었는데도, 그녀가 무(無)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아무래도 순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곁에 나오코가 있어 손을 뻗으면 그 몸에 손이 닿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에 없었다. 그녀의 육체는 이미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응급실에서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다 보면 삶과 죽음은 경계가 없어 보인다. 갓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마치 자고 있는 것 같다. 몇몇 지인들은 그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사는 환자가 방금 전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이제는 죽었다고 한다. 방금 전까지는 심장이 뛰고 있었는데 이제는 뛰지 않는다고 한다. 갓 죽은 이의 겉모습은 살아 있는 사람과 똑같다. 그런데 이제는 죽은 사람이다.


  젊은 사람들은 잘 죽지 않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사고사이다. 젊은 사람이 병에 들어 죽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젊은이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게 여겨진다. 제 명을 다 못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통계가 그렇듯이 평균 수명이라는 수치는 계산값에 불과하다. 내가 평균 수명까지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누구도 사고를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것이 아니다. 불치의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그 통계치가 나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그것은 랜덤에 가깝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 죽음을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 사고가 날지, 언제 질병에 걸릴지, 언제 나의 심장이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죽음은 실존하고 죽음은 인간 실존의 종말이다. 죽음은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이다. 인간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가. 가장 큰 사건인 죽음을 가늠할 수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통 가운데 살아간다. 죽음이 바로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죽음은 흔하고 가까이 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고 나도 죽을 것이다. 그런데 죽음은 낯설다.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도무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한 후 인생을 마치게 된다. 죽음을 두 번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지인의 죽음뿐만 아니라 나의 죽음도 아주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 몸은 죽기 전에 의학적으로 쇼크 상태를 거친다. 쇼크는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다. 쇼크 상태가 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기절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면 기절했다가 의식을 되찾지만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어 혈압이 오르지 않으면 의식을 되찾지 못한다. 쇼크의 원인을 고치지 못한다면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뇌와 심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에 혈류가 줄어들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혈압이 떨어지면서 기절하게 될 것이다. 기절한 사람들은 그 순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절하게 되고 우리의 몸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그 이후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인간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에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 윤회가 있는지, 아니면 영원한 존재의 소멸인 것인지 인류는 공통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조차도 이 두려움을 해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 닥친 현실이 죽기보다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일 것이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필연적이기 때문에 매우 흔하다.

  2. 죽음은 언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길의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 바로 한 발자국 앞까지 와 있을지도 모른다.

  3. 죽음은 그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검증된 답이 없기 때문에 낯설고 두렵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인생은 비참하고 허무해 보인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나에게 언제 닥칠지 알지 못한다면 오늘 나의 삶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노력해서 얻으려는 것이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면 오늘 나의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고되게 노력해서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업적과 공덕을 쌓아도 결국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이것을 알든 알지 못하든 모두 죽음을 향해 끌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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