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의 낭만은 병원 어디에도 없다

by Doggy Poo

의학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것은 의과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흉부외과를 다룬 <뉴하트>라는 드라마를 매주 기다리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학생 때까지만 해도 의사라는 직업과 병원 생활에 대해서 낭만을 품고 있었다. 정작 인턴에 들어가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의학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뚝 끊겼다. 드라마를 보면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 같아 눈을 돌리기도 싫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이 살고 죽는 현장의 그 비정하고 참담한 현실이 극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새 의학 드라마의 예고편이 인터넷에 뜨길래 한번 보았더니 역시나 그 짧은 시간조차 끝까지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흥미를 끌기 위해 편집을 했겠지만 오히려 예전에 나왔던 의학 드라마보다 극적인 요소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속이 울렁거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니 다른 대중들은 많이 보고 있나 보다. 대중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의사라는 직업과,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지 의문이다. 그것이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픽션과 논픽션은 언제나 괴리가 있다. 의학 드라마는 그게 더욱 큰 것 같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매일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며 살고 있는 의료진들의 삶은 낭만적이지 않다. 그 안의 현실은 냉정하다. 실제로 환자들은 살고 죽으며 의료진의 판단과 행위 하나로 그것이 좌지우지될 때도 있다. 의료진들은 순간순간 그 과정을 반복하며 진땀을 흘리고 고뇌한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고 내가 지금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환자가 호전되기만을 바라며 어쩔 수 없이 할 때도 많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보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없다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보람은 고뇌와 고생의 과정이 끝난 후에 오는 것이다. 과정에서의 낭만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나 마음은 떨리고 몸은 힘들다.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영웅적인 의사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어떤 의사는 환자들을 더 헌신적으로 본다. 종종 훌륭한 의사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고도로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훌륭한 의사들은 딱히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을 한다. 이렇게 분화된 환경에서는 자기 과의 문제가 아니면 잘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환자들은 여러 과의 의사들이 같이 협진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같은 여러 직군들이 한 팀을 이루어 환자를 본다. 영웅적인 의사보다는 효율적인 병원의 구조와 팀 운영이 환자들에게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 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영웅적인 의사는 오히려 의료 구조 전체의 발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뛰어난 의사 한 사람보다는 전체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모든 것을 잘하는 영웅적인 의사들이 드라마에서 그려질 때면 괴리감 때문에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속이 울렁거린다.

앞으로 의학 드리마를 찾아볼 일은 더 없을 것 같다. 의학 드라마뿐만 아니라 최근에 지탄을 받는 드라마들은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극단적인 설정을 한 경우가 많다. 현실적이지 않은 그런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며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 시간에 아이들의 간식이나 챙겨주고 박완서 선생님의 주옥같은 수필들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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