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남고 사람은 사라진다

by Doggy Poo

지난번 주말에 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왔다. 남양주 왕숙천에서 시작해서 한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맛있는 커피를 한 잔 하고 잠시 산책을 하고 있는데 한 집사님이 갑자기 말을 꺼내셨다.

"남자끼리 오니까 사진을 안 찍네요."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시 해방감을 느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일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중의 최고봉은 단연 사진일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흔해지기 전에 사진은 귀한 것이었다. 카메라도 비쌌고 필름도 비쌌기 때문에 사진은 한 장, 한 장 고심해서 찍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필름을 인화소에 맡기고 사진으로 현상되기 전까지 설레던 그 며칠을 이제는 잃고 말았다. 그렇게 가끔 한 장씩 찍은 사진은 앨범 속에서 귀한 추억이 되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과 기억은 사진 한 장에도 충분히 담겼다. 그 한 장의 사진만 보아도 추억을 되새기기 충분했다. 다다익선이라 했지만 사진이 많아졌다고 추억을 되새기는 행복이 더 커지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때는 너무 많아서 다 볼 수도 없는 스마트폰 속의 사진들이 짐처럼 느껴진다. 다 훑어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는데 언젠가는 한번 보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마음 때문에 보지도 못하고 지우지도 못하는 사진들은 스마트폰 속에 계속 쌓여간다.

한때, 폐허가 된 빈집들을 찾아다니는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본 적이 있다. 빈집이 된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떤 집이든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정말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산 듯이 살림살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도 있었다. 누가 살았는지 모르지만 그가 사용하던 공간과 물건들은 그대로 남겨두고 사람만 홀연히 떠난 것이다. 특히 남겨진 사진들을 볼 때면 무언가 사무치는 감정이 올라왔다. 사진은 남았지만 사진 속의 사람은 사라지고 그 속의 추억을 되새겨줄 누군가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언젠가 의미가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것이 인생의 순리이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 것인지 사진을 찍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을 때가 많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쭈뼛하게 서서 억지웃음을 짓고 나면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영혼을 팔아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사진 찍는 것이 항상 꺼려진다. 차라리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누가 몰래 한 컷 찍어주는 것이 훨씬 좋다. 꾸미지 않은 내 모습, 설령 이상하게 나왔다고 할지라도 한번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언젠가 모든 사진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겠지만 누군가 나의 사진을 간직해 준다면 그런 모습으로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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