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여러 번 느낀 것이지만 미움이란 감정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마음의 태도에 달린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순식 간에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몇 번을 경험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해 병원은 물론이고 전국이 혼란스러운 때였다. 코로나 의심 환자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처치할지 누구도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내가 근무하던 작은 시골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감염관리실 간호사가 있었지만 그 선생님은 '나는 잘 모른다. 나는 책임자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몇 번을 회피해서 미운 마음이 커져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조금만 잘못 처치하면 언론을 통해 전국적인 질타를 받던 때라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 어떻게 해서든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감염관리 간호사가 본인이 책임자가 아니라고 하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얼마 뒤 한 중년의 남자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며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우울증을 앓았었고 연락이 안 된 지는 며칠 되었다고 했다. 시신의 상태를 보아도 숨진 지는 며칠 된 것 같았다.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응급실 간호사가 슬며시 내게 와서 알려주었다.
"감염관리실 간호사 남편이래요."
"아... 그래요..."
감염관리실에는 그 간호사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틀림이 없었다. 그 순간, 그동안 있었던 미움과 분노는 순식 간에 사라지고 그 선생님에 대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올라왔다. 그동안 탓하고 미워했던 마음이 오히려 미안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한 사람이 미워서 밤이 새도록 끙끙 앓을 때가 있다. 하지만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멀어진다. 어떤 일 때문에 순식 간에 싹 사라지기도 한다. 마음속에 미움이 없는 그 자유로움은 이로 말할 수 없는 평안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