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된 것 같다. 사누끼 우동에 대한 여행 다큐멘터리였다. 우동은 따뜻한 국물에 말아먹는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우동면에 달걀노른자 한 알 넣고 간장만 조금 뿌리고는 살살 비벼 먹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는지 줄을 서서 기다리며 벤치 같은 곳에 쭈그려 앉아 먹고 있었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 가서 그 우동을 맛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일본의 소도시 여행을 많이 할 때는 아니어서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나만의 꿈을 계속 품고 있었다.
우동은 내가 아는 것과 실재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게 해 준 음식이다. 대학교 1학년 때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맛본 본토의 우동의 맛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동안 먹어왔던 우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진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위에 올려져 있는 우엉 튀김과 소고기 고명, 고소한 튀김 부스러기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한국에서 우동을 먹고 맛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속아온 기분이었다. 한국의 우동은 모두 가짜처럼 느껴졌다. 유명한 우동 맛집도 아니고 <웨스토>라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우동이 이 정도이니 우동의 정통이라고 하는 사누끼 우동은 얼마나 맛있을까. 언젠가 꼭 한번 가서 먹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10년이 넘도록 가지고 있었다.
마흔 살이 되었다는 것은 괜찮은 명분 같았다. 그리고 내 오랜 친구 H원장과 함께 라면 아내도 흔쾌히 허락을 할 것 같았다. 사누끼 우동에 대해 품어왔던 나의 꿈을 조심스레 아내에게 풀어놨을 때 역시나 아내는 어렵지 않게 허락해 주었다. 친구도 단숨에 오케이를 해주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제안은 내가 하였지만 모든 일정은 친구가 다 짜내었다.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는 거침없이 비행기표와 호텔을 알아보고 3박 4일의 계획을 짰다. 사누끼 우동의 본산지 다카마쓰(사누끼는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고 다카마쓰는 카가와현의 중심 도시이다)로 가는 직항 편이 생겼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었다. 일본 소도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카마쓰를 찾고 있었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정말로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침내 그날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