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다른 점은
말라있던 그녀의 집 비누는 흐무러졌다. 물을 틀고 손을 씻으면 아직 물기를 잃지 않고 흥건하게 젖어있는 그것이 더 짓물러지고 닳았다. 그때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제 요리를 할 줄 알고, 가만히만 있지 않으며, 보다 더 솔직하다. 어젯밤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두들기지 말라며 울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누워 자던 그녀에게 오늘 아침 집을 나서다가 마음이 잘리지가 않아,라고 대답하고 그녀의 집에 다시 들어갔다. 가란다고 가는 그런 놈이 진짜로 될 뻔했다. 언제는 누군가 가지 말라 해도 곧잘 사라지는 그런 놈이었는데.
내내 내가 밥을 해주다 오늘은 그녀가 그녀의 집에서 국을 끓인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 나는 그녀를 가만히 뒤에서 안는다. 집에선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난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병을 핑계로 부끄러운 나를 숨기지 않는다. 그녀가 차려준 밥상에 앉아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내면서 가족 얘기를 한다. 덕분에 그녀의 별명을 하나 알았다.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사귀어,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