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로 뺨을 두들긴다.

by 도고

설거지를 하며 지난밤 부렸던 자기 연민이나 자의식 같은 것들을 씻는다. 끊겠다는 술을 외롭고 하릴없다는 핑계로 퍼부었던 흔적들을 정리하며 찬물로 세수를 하고 두 뺨을 두들긴다. 트랙이 바로 앞에 있다면 미친놈처럼 내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고, 가득 찬 쓰레기 봉지를 묶어 밖에 내놓는다. 나를 수거해 줄 사람은 없다. 고여버리면 지독하게 미치는 것. 잘 정돈하자. 어제보단 정신이 말끔한 것도 같고. 권총이 있다면 지금 주저하지 않고 관자놀이에 한 방 쏠 수 있을 것 같은데. 후회도 없는 지금이 좋다. 죽는다는 것 참 우습고 산다는 건 어렵지. 잃지 않으려고 안달복달하고 애를 썼던 것들은 무엇인가. 선언이 지겨워지면 사람은 그 위에서 죽는다. 치우면서 느낀다. 나는 치우는걸, 그 안에서 깨끗해지는 걸 좋아한다고. 더러워지지 않을 수는 없을까.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군. 이제 더는 한 노래를 지겹도록 틀어놓질 않는다.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 다음 노래로 넘어가게 놔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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