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폭 계란찜

by 도고

형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 계란을 풀어 대파와 양파 송송 썬

청양고추 새우젓을 한 숟가락 넣고 쌀뜨물에 섞어 휘젓습니다. 젓고 있을 땐 잘 느껴지지 않던 맹하고 물컹한 것들이 불에서 끓어 옴폭 굳어집니다. 라디오에서는 마침 계란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오네요. 저녁이 몸을 가지고 오고 잘 정리된 집에서 혼자의 몸짓이 점점 분명해집니다. 이소라 씨의 신청곡이 흘러나와요. 누구일까 그 사람의 얼굴을 닮아버린 하얀 쌀밥을 떠서 뜨거운 국물과 함께 삼킵니다. 겨울은 참 맹랑해서, 그냥 보낼 수가 없어요. 날 드러내던 궂은 날씨의 그림자가 다 졌네요. 저녁을 먹어요. 비워낼 것도 없어서 꼭꼭 채워요. 나는 빨간 김치찌개일까요 노랗고 폭폭한 계란찜일까요 하얀 쌀밥일까요. 말끔한 말들이 라디오에서 쏟아져 나와요. 며칠 비운 집에 나의 냄새들을 채워요. 빈집의 얼마 안 되는 작은 공간들이 잔뜩 서운해하고 있었거든요. 왜 자신을 열어주지 않았냐며, 내 몸을 통과하는 말들에 형체가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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