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에 네가 찰랑인다
나는 휴대폰의 배경화면을 억새가 흔들리던 호수로 바꿔놓았다
언젠가 지하방에 사는 문어에 대한 시를 썼고
라이터를 켜면 불이 붙는
방화범이 되려 하는 시도 썼다, 절망 속에서 이제 불을 켜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산에 불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북한산의 암벽을 기었고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같은 친구 아버지에게 요즘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털어놓았다
옛날엔 인정하지 않으려던 우울이 끔찍했고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시를 쓴다
고인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거기 우리가 도망친 세계가 있다고,
도망은 왜 도망일까
너는 잠에 들지 못해 자주 뒤척였고
나는 그런 너를 보면서 무모한 사랑을 했다
도시를 가끔 증오했고
오징어를 도마 위에 놓고 썰었고
유머에 웃거나 유머 같지도 않은 세상 소식 유머에 지겨움을 느꼈다
요즘은 이런 시를 읽어요, 가끔 그런 얘기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았고
나의 이마는 뜨겁게 데워졌다가 끓인 물방울이 떨어지면 치지직 소리를 내도록 차가워지기도 했다
두어 달 전쯤엔 나의 고독과 함께 늙어가는 것, 이란 문장을 썼고
지하방의 문어는 아직 잘 지낼까,
셋방에서만 살고 내놓지 못하는 시들은 어디에 보관하지
문어가 사는
지하실이 있다
거기엔 문어와 문어가
살았다
문어가 문어에게
지하실 문을 따고 나오며
약속을 했다
나중에 우리 다시 여기서 만나,
문어가 사는 지하실엔
문어의 발이 있다
문어는 자주
지하실 창살 너머를 바라보곤 하였다
지하실은
문어가 자신의 몸속에서 아직
살아가는 걸 느끼곤 하였다
지하실 기침할 때
문어가 그러하듯이
문어가 기침할 때
지하실 그러하듯이
지하실의 불이 켜졌다. 문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마가 뜨거워서 나는 아팠다. 온통 데인 것처럼 내가 뜨겁다고, 나를 안고 누워있던 네가 말했다. 빛으로 창을 만들고 싶었다. 들여다보는 창 어떤 것들을 찌를 수 있는 창. 널 생각하지 않으려다 여전히 널 그리워해버렸다. 이마에 손을 올리고 움켜쥐었다. 어제는 약을 먹지 않았다. 오늘은 먹어야지. 가끔은 사는 게 끔찍하지가 않다. 아이처럼 굴기는 싫고 어른 같은 건 재미가 없네.
그 시의 이름은 셋방이었다. 나는 이름이 없는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는 했다. 분명히 있는데 없기도 하는 것들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