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 앉아 검은 터널을 귀가 막힌 것처럼 지나다 빠져나온
풍경을 보는 기분.
누군가 나를 위해 이부자리를 봐주고 그것을 지켜보던 기분.
교실엔 아무도 없고 칠판 귀퉁이에 지우지 않은 이름들을
바라보는 기분.
아이가 귀에 대고 무어라 소곤소곤 말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말에 알아들었다는 척 그랬어, 하던 기분.
낯선 행인이 선물 같은 친절을 주고 그걸 한참이나 가슴에
좋은 마음으로 발끝까지 퍼뜨리던 기분.
트릭만 있는 세상에 가장 진실한 보석을 발견한 것 같던 그날의 기분.
너의 야함이 오직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기쁨과 설명할 수 없는 넘치는 만족감 그걸 풀어헤치는 기분.
다정함이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이 되었던 그날, 비어져 나오는 그것을 삼키고 국밥 그릇에 고개를 묻고 밥을 떠내던 기분. 그런 나를 부러 보지 않던 사장님.
괜찮은 편지를 쓰려고 팬시점을 돌아다니던 날의 기분.
그곳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
달고 단 그것들은요 눈과 시간을 열어야지 볼 수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