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의 꿈

by 도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자 바다에는 외로운 유리병 두 개가 만나 부딪히고 있다. 딸그락 소리를 내며 깨지지는 않을 듯 일렁이며 머리를 맞대던 그 둘을 파도가 멀리 밀어놓는다. 유리병 둘이 물결과 바람 소리에 묻힌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가지 마, 가지 말란 말이야. 애꿎은 하늘은 그 둘의 말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유리병 두 개가 각자의 섬에 닿았다.


젖은 해변에 손바닥을 짚었다. 파도에 묻힌 그 둘의 비명도 태양 속으로 멀리 사라졌다. 섬의 열린 숲만이 길을 비우고 유리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파도가 치던 날. 유리병의 몸이 다시 바다로 끌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아주 먼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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