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 저도 아이랑 낯가림 중입니다.

“아이가 참 활발하네요”의 진짜 속뜻

by 송가윤


교사도 적응 중인 봄, 만난 지 몇 주 안 된 아이에 대해 아는 모든 걸 꺼내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학부모 상담 시기이다. 요새는 상담주간 보다는 상시 상담을 실시하지만 안내장이 나가는 3월에 가장 신청 빈도가 높은 건 여전하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지 가장 관심이 갈 때이지만, 문제는 교사인 나도 그렇다는 거다. ‘저희 아이는 어떤가요?’라는 물음에 ‘저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가 먼저 묻고 싶답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라고 제가 묻고 싶답니다. 연애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 ‘서로 알아가는 중’이랍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지만 봐온 것들을 토대로 조심히 상담을 진행한다. 교사도 학부모도 낯선 상담, 어떻게 임하면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첫째, 학년 초에는 먼저 말할 거리를 준비해두자. 3월 달에 교사와의 상담을 잡았다면 학부모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쪽이 낫다. 교사는 학생을 본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고, 학부모는 아이를 몇 년을 봐왔다.


자녀와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 놀 때의 특이점, 지난 해까지 다른 교사에게 들었던 사항, 건강 및 정서 상태 등 아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점들을 먼저 꺼내는 게 좋다. 그래야 교사도 학생을 보며 느꼈던 점들에 대한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학부모가 아이의 성격이나 장.단점을 털어놓으면 교사도 그러한 점들이 교실 안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솔직하게 의논할 수 있다. 다년간 쌓아온 교사의 직업적으로서의 직감은 꽤 무서워서 첫 주 인상이 일 년 내내 들어맞기도 하다. 수십 년의 경력자 선생님께서는 ‘첫 날 문 열고 들어오는 것만 봐도 느낌이 온다’라고 할 정도다. 나는 학급 파악에 2,3일 정도는 걸린다.


그래도 편견이 돼서는 안 되기에 조심스럽고 스스로도 경계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아이에 대해 들어왔던 말들, 특히 궁금한 점 등을 먼저 전해주자. 교사가 아이에 대해 별말을 안 해도 실망스러워 말길 바란다. 지나가며 나아질 것들을 문제점으로 얘기하기보다 아이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은 배려이다.




둘째, 교사는 최대한 좋게 말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듣자. 부모를 보며 아이의 단점에 대해 과감하게 말한다는 건 쉽지 않다. 부정적인 단어의 사용을 줄이고 완곡하게 표현한다.

매일 친구를 때리는 아이는 ‘활동적이고 친구들과 신체를 이용해 놀이를 즐기는 학생’이 되고, 친구 사이를 멀어지게 하거나 욕설을 쓰는 아이는 ‘말을 솔직하게 해서 부드럽게 표현할 필요가 있는 학생’ 정도로 변신한다. 헐크(주변을 휩쓸어버리는 아이)도 몬스터주식회사의 마이크(무서우려고 노력하나 귀여운 친구)로 탈바꿈시키는 게 교사의 입이다. 담임교사의 걱정을 한 10배 정도로 과장해서 들어보자.


정말 진실을 알고 싶다면 선생님께 ‘선생님, 솔직하게 얘기해주셔도 돼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라고 간절함을 피력해야한다. 학부모의 눈에서 굳은 마음이 보이면 교사도 더 이상 변신마법을 부리지 않는다. 쥐어짜서라도 단점 한 두가지는 얘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단점이 절대 거짓말은 아니다.

그랬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키우셨어요? 너무 잘해요.’나 ‘저희반 에이스에요.걱정이 안 돼요’ 같은 얘기를 들으셨다면 축하드린다. 그 아이가 그 반의 빛과 소금일 것이다. 제발 그 유니콘 전학보내지 마세요.




셋째,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협조 방법을 의논하자. 상담은 가정과 학교의 협조를 위한 시간이다. 보다 내밀한 상담과 그 후로도 연결되는 교육 효과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는 건 교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바뀌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부모가 바뀌기 어려워서다. 다 큰 어른을 혼내기도 뭐하고, 말을 해도 자신의 몫임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 온 학부모가 아이를 위해 변화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면 교사도 의지가 불타오른다! 당신의 ‘집에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하나요? 그대로 하겠습니다.’,‘제가 어떻게 해야 아이가 좋아질까요?’라는 말로 교사는 초사이언이 되는 각성을 할 수 있다.

그 다짐이 지속적인 소통으로 드러난다면 교사도 절대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모르는 사람이어도 도움을 요청하면 모른 척 지나가기 쉽지 않다. 그런데 내 학생의 부모가 학생을 붙들고 도와달라고 한다? 당장 붙들고 악을 써서라도 가르친다. 포기하려다가도 부모의 노력이 보이면 다시 일어선다.


그러니 부모님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시길 바란다.‘아이가 지키기 어려워하는 규칙은 무엇인가요?’,‘교우 관계에서 어떤 점을 어려워하나요?’를 묻고 그걸 집중적으로 관심가져주면 된다. 1년을 하면 아이에게서 무조건 티가 난다.




부모여도, 아니 부모이기에 친구와 교사 앞에서의 아이가 어떨지는 다 알 수가 없다. 자신이 놓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상담에 부모도 열린 자세로 임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작은 팁을 하나 드리자면 혼자 마실 커피를 가져오지 않으셨으면 한다. 나라에서 간식비도 주지 않기에 커피와 과자도 알아서 사 먹어야 하는 게 교사다. 그런데 테이크아웃컵에 가득 담긴 커피를 가져와 혼자 빨대를 물며 얘기하면 나도 부럽다. 음료를 사 오시라는 뜻이 아니다. 눈 앞에서 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시는 걸 보면 나도 사람인지라 목이 탈 수 밖에 없다. 카페인은 밖에서 드시고 각성된 마음가짐만을 장착해 오시면 좋습니다.





+작은 이야기 한 토막+

1학년은 책상과 의자도 작다. 손도 작다. 한 아이 옆에서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러다 ‘푹’도 ‘찍’도 아닌 ‘보잉’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선생님~!’

아이가 내 엉덩이를 찔렀다. 내 옷이 허리 구분이 안 되나?

‘선생님 몸 만지는 거 아니야’

그래도 아이들은 와서 안는다. 내 손을 채가서 나도 자기를 안게 만든다.

그때, 생각한다.

‘거긴 허리가 아니라 엉덩이야.’,

‘포옹이 아니라 니 머리 감싸기가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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