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뒤 앙증맞은 진심

저도 마음은 받고 싶어요

by 송가윤


요새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 받기가 망설여진다. 꽃다발을 들고 오는 학생을 보면 ‘내가 이걸 안 받고 돌려주면 그냥 시들텐데 어쩌지?’ 싶다. 케이크나 과자 등을 받을 때도 정말 고맙지만 이걸 받아도되나 싶다.


그럴 때 선생님들만의 방법이 있다. 꽃은 교실에 두고 다같이 구경하자고 한다. 간식은 학생들과 나누어서 먹는다. 나눌 수 없는 작은 간식은 어떡하나?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행 기념품으로 가져온 과자 하나도 거절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서운해하며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를 볼 때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주는 사람도,받는 사람도 좋은 마음이지만 곤란해질 때가 많다. 우리 아이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기념일에 감사 인사를 드리자. 마음을 전하는 게 유별나지 않은 날들이 있다. 바로 스승의 날과 종업식 날이다. 선물을 보내자는 게 아니다. 메신저를 이용한 인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승의날이라고 신경쓰다니 아직 살만한 세상이네.’, ‘1년을 가르쳤는데 그래도 보람 있네.’ 학부모의 문장 몇 개로도 선생님의 피곤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가르칠 힘이 난다. 명필 한석봉의 서체보다, 삐뚤빼뚤해도 진심이 담긴 글자가 교사에게 훨씬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종업식이나 졸업식에는 헤어지는 날이고, 앞으로 그 학생에게 관여할 일이 적기에 부담도 훨씬 덜하다. 6학년 졸업식날 받은 진심으로 빼곡이 채운 편지와 2학년 아기가 스승의 날에 건네준 작은 카네이션 상자가 참 고마웠다. 아, 나는 아이가 수줍게 무언가 내민다면 슬쩍 더 큰 간식을 내어주는 편이다. 아이와 나 사이에 맺어진 비밀스럽고 훈훈한 ‘물물교환’이다.




둘째, 비밀스러운 배려를 담아주자. 담임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면 아무도 모르게, 작게 찔러주어야 한다. 오해하면 안 된다. 찔러준다고 돈은 절대 안 된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받는 종이는 가정통신문과 편지 정도 밖에 없다! 돈을 건넨다는 건 ‘난 당신을 잘리게 할 거야!’ 라고 협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는 곤란한 찌르기는 기록이나 목격자가 남는 경우를 말한다.


간혹 메신저로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유효기간이 있고 이미 결재가 된 거라 사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휴대폰에 너무 명확히 증거가 남지 않는가. 방문하실 일이 있으실 때 커피 한 잔을 주시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하다. 일단 사람 일이 혹시 모르기 때문이다. 간식 한 봉지에 뭘 그러나 싶지만 워낙 흉흉한 세상이지 않은가.


그리고 물건보다는 소소한 음식이 낫다. 거짓말이지만 한 아이에게 받은 텀블러는 학교에서는 써보지도 못하고 집에 전시해뒀었다. 난 간식이나 음료는 받으면 ‘먹어서 증거를 인멸한다’ 쪽이 훨씬 인간미 있다고 생각한다. 난 꽤 인간미 있는 편이다.


아이가 대신하든 부모님께서 하시든 교실에서 모두들 나갈 때, ‘다른 이들이 보지 않게’ 슬쩍 맛있게 드시라고 속삭인 후 나와버리자. 이젠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비타500을 받고 곤란한 선생님을 위해 삼삼오오 한 병씩 담당해 마시기도 했다. 아시아 어딘가에서 사온 이름 복잡한 과자도 아이들과 나눠 먹고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 다 핥아 먹었다. 아, 물론 이것도 다 거짓말이다!





셋째, 사양해도 서운해하지 말자. 교사가 방학 중 방문한 학생에게 두쫀쿠를 받았다는 게시글을 보고 민원을 넣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는 따스한 고마움에도 미안한 거절을 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도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무언가를 건네 줄 때 귀여움은 간직할 수 밖에 없다. 학부모님이 나를 신경썼다는 사실에 위안과 감사함은 분명히 전달됐을 거다. 건넨 것들이 되돌아와도 마음은 잘 건너갔을 거라 여겨주셨으면 한다.


나도 어머니께서 ‘이런 거 드리면 안 되죠?’ 라면서 건네는 박카스를 어쩌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심어린 글과 말인가 보다.




요새는 반친구들에게 간식 돌리는 것도 힘든 세상이다. 괜히 탈날까봐 교사도 허락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팁을 드리자면 ‘학교 끝나고 교실 밖에서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기’가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친구들이 신발 갈아신으러 나갈 때 문 옆에 서서 나누어주는 아이가 참 흐뭇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다 가고 나면 담임선생님께도 하나 쓱 드리면 된다. 아이의 것이 탐나는 게 아니라 건네주는 그 손이 앙증맞아서다. 작은 것 하나도 받지 못하는 우리 선생님도 그 마음만은 다 받았음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작은 이야기 한 토막+

2학년 학생들이 싸운 뒤 하는 규칙이 있었다. 사과 후 “친구야, 사랑해”라고 포옹하는 거였다.

매일 아이들은 열심히 싸웠고 또 사랑을 고백했다. 어느 날, 남자 아이 둘이 토라져서는 따로 놀러 떠났다. 그때 한 여학생이 달려가 그 아이를 데리고 상대 아이에게 다가갔다.


“너가 때렸어? ‘친구야, 사랑해’해”


그랬더니 그 둘이 “친구야,사랑해” 라며 팔을 쓰다듬는 게 아닌가!

그래, 간식보다 이런 훈훈한 마음이 더 중요하지!

친구를 위하면서 나의 고생도 덜어준다니 완벽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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