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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Feb 04. 2020

강아지는 과연 눈을 좋아할까?

인투디 언논 대관령 양떼목장을 가보다

이렇게까지 심심한 겨울은 머리털나고 처음인것 같다. 12월에도, 1월에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은 한번도 없었던 메마른 겨울. 1월에 하루 잠깐 눈이 왔었지만 진눈깨비에 가까웠기에 눈으로 치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나름 4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강아지 주인으로써 4계절을 다 경험시켜주지 않고 이 겨울을 그냥 보내버리기엔 너무 아쉬워 눈이 항시 있는 곳 = 스키장 을 찾아갔었는데 인공설의 딱딱함과 날카로움에 덕팔이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었다. 그리고서는 약 1달 후, 대관령에 눈이 쌓였다는 소식을 듣고 덕팔이 친구인 방울이네에서 같이 놀러가자는 얘기에 냉큼 참여했다.  


서울에서 약 3시간 거리에 떨어진 대관령 양떼목장을 가기 위해서는 전날부터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간식, 물, 배변패드, 배변봉투, 담요, 수건 등등 챙긴다고 챙겼던 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더 필요한것들은 따로 있었다.


서울은 영상기온인데 신기하게 강원도에 진입하자마자 우리 눈에 보인건 양쪽으로 높게 쌓인  눈, 얼음왕국의 진입로를 지나 양떼목장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부터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이 겨울맛집이라는 것이 고 사이에 소문이 나서 견주들이 주말을 맞아 부지런하게 방문한듯 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귀여운 포토존이 보였다. 성인 입장료 5000원 + 반려견 입장료 3000원 = 1인당 8000원씩을 지불 하고서 양떼목장 안으로 진입.   

포토존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대기줄이 길었다. 우리 아이들도 한컷!

양떼목장을 들어가는 길은 눈을 양쪽으로 치우고 길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눈이 쌓이고 있었다. 길이 매우 미끄러워 방수장화를 신고왔음에도 불구하고 몇번이나 엎어질뻔했다. 이미 몇번 와본듯이 익숙한 몇몇 견주들은 보드복에 등산화까지 중무장하고 온걸 보고 느꼈다. 아... 강아지 용품만 준비할께 아니었어!

가는 길 골목 골목마다 새로운 친구들이 등장, 대부분 대형견이었다.

양떼목장안에 양들은 정작 없고 (듣자하니 겨울이라 초지 보호겸, 양들의 안전을 위해 겨울철에는 풀어놓지 않는다고 함) 드넓게 펼처진 설원이 눈에 들어왔다. 먹이주기 체험장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크게 아이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방목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목장이라고는 해도, 안전문과 펜스가 양 사이즈를 고려해서 만들어져있기에 덩치가 작은 아이들은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있어 항시 예의주시 해야 함 !

겨울철 양떼목장은 마치 한국의 알프스를 연상케한다. 개엄마라면 공감하겠지만 내새끼 외에 찍어온 사진이 없어 양떼목장에서 퍼온 사진으로 대신해본다.

미세먼지와 코로나바이러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것 같은 깨끗한 풍경
발목을 다쳐 정상오르기를 포기했지만 정상에 올랐더라면 아마 이 모습을 볼 수 있었을것이다.

인공설이 아니라 자연설이어서인지 눈의 촉감자체가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일까, 덕팔이는 본격적으로 눈개모드로 변신해서 토끼마냥 깡총깡총 사방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인공설에서 질겁을 하던 표정은 자연설에 와서 함박웃음으로 변했음. 이것이 자연의 위대한 힘인가 ? ㅎㅎ


대형견을 워낙 좋아하는 덕팔이는 이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한껏 더 신이난 모습이었다. 리트리버부터 허스키, 코기까지 원없이 새로운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고 뿌듯햇다. 발이 크고 털 밀도가 높아 물이나 얼음이 잘 붙지 않는 덕팔이와 다르게 발이 작은 포메인 방울이는 작은 발로 종종종 돌아다니다 불편함을 호소했고, 결국 신발을 신기에 이르렀다. 우리 아이가 눈에서 잘 놀 수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도 견주의 몫이다. 몇몇 견주들은 강아지들은 당연히 눈에서 잘 놀겠거니 하고 방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강아지들은 아이와 같아서 항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여기 따듯한 아이스 개메리카노 한잔이요!

잘 놀다 잠시 쉬기 위해 카페테리아 안으로 들어왔다. 눈속에서 신나게 논 아이들은 허기가 진 나머지 사료와 간식을 흡입했고 물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람이나 개나 극한 상황에서 놀면 체력이 빨리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인가보다. 발바닥과 다리털 사이사이에 마시멜로우처럼 맺힌 눈결정을 녹이기 위해서는 핫팩도 넉넉히 챙겨갔어야 했다. 처음 가보는 겨울여행이라 배우는점들이 더 많은듯한 이번 여행이었다.

 

눈에서 신나게 놀다보면 이렇게 다리에 방울방울 마시멜로우가 생긴다! 귀여워!

아마도 올 겨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될 눈이어서 더욱 오랬동안 기억하고 싶어 순간순간을 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서툴게 만든 덕팔이와 방울이의 대관령 양떼목장 체험기 영상이지만 공유해본다. 영상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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