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을 줍다 떠오르는 생각들
견주들의 하루는 똥 치우기로 시작해서 똥 줍기로 마무리된다. 강아지마다 다르지만 덕팔이는 1일 3 똥을 하는 편이어서 아침과 저녁 산책 그리고 때때로는 집에 깔어둔 배변패드에 내가 치울 몫의 똥을 예쁘게 싸놓는 편이다.
견주라면 한 번씩은 겪게 되는 일 중에 강아지들의 변비가 있다. 사람만 변비에 걸리는 게 아니라 강아지들도 변비에 걸리기도 한다. 변비의 원인은 다양하다. 환경의 변화, 심경의 변화와 같은 예민함에서 발동되는 변비도 있고 섬유질 섭취 부족이나 운동부족으로 인한 활동성 부족의 변비도 있다. 강아지의 변비는 사람과 비슷해서 고약한 방귀를 뀌고는 괴로움에 끼잉 끼잉 소리를 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딱딱한 것을 먹어 소화가 덜 된 똥이 걸려 변비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런 일이 있을 시에 덕팔이는 나를 보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낸다. 나는 익숙한 듯 라텍스 장갑을 기고 바셀린을 바르고 능숙하게 덕팔이의 배변활동을 돕고는 한다.
산책 시 덕팔이가 똥을 싸는 자리는 이전에 다른 아이들이 한 번쯤 흔적을 남기는 자리들이다. 강아지들의 정복 본능은 남의 흔적을 본인의 흔적으로 뒤덮는 습성으로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이를 마킹이라고 한다. 해석을 하자면 똥과 소변으로 ‘이 땅은 내 땅이다!’라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간혹 덕팔이의 똥을 치우다 보면 뭔가 차갑고 딱딱한 불쾌한 것을 동시에 집을 때가 있다. 들어보면 이전 다른 아이가 싼 똥의 흔적... 도대체 왜 아이의 똥을 방치하고 가는 건지 당최 그 견주를 이해할 수가 없다. “도시 속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려거든 반드시 당신 개의 똥을 치우시오!” 라고 팻말이라도 붙여놓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아지들이 똥을 지정된 장소에서만 싼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도 급똥의 신호가 오면 주위 아무 데나 화장실이라고 쓰여있는 곳을 들어가듯 강아지들도 급한 신호가 오면 예상치 못한 장소에 똥을 싸고는 한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횡당보도. 신호가 바뀌기 전 신속하게 똥을 줍지 못하면 대략 난감해지는 거다. 지나가는 차에 손을 흔들며 ‘여기 똥 있어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횡단보도에서 똥 싸는 아이를 질질 끌고 보도로 나가기도 애매하다 (견주라면 알겠지만 볼일 보는 강아지의 지탱능력은 1톤 트럭급이다).
강아지들도 사람과 같아서 속이 안 좋으면 배탈이 나고, 먹는 것들이 똥의 유형과 냄새 그리고 색상에 반영되고는 한다. 똥줍개 (견주)로써 가장 치우기 쉬운 유형의 똥은 황금변. 알맞게 단단하고 잘 뭉쳐저 있어 줍기에 용이하면서 치우기가 쉽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견주들은 아이들이 이쁜 똥만 싸도 폭풍칭찬을 해준다. 강아지들의 똥만 잘 싸도 칭찬받는 인생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도 겨우 칭찬 한마디 받을까 말까 하는 나의 인생이,스트레스로 변비를 달고 사는 나의 인생이 더욱 고달프게 느껴진다.
다음생에에는 반드시 주인 있는 집의 똥 잘싸는 강아지로 태어나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