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는 똥만 싸도 작품이 된다는데
사실 내 경력이 15년 차인지 확실치 않다
허나 지난 2009년부터 수많은 이직 전직 퇴직 빤스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만회하는 거짓부렁 포트폴리오와 슈렉고양이 눈빛권법 등등을 통해 지난 15년간 지금의 자리에 이른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는 건 확실하다. 광고대행사 AE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웬 마케팅 PD로 시작한 게 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시발점이었던 걸까. 정착 못한 채 3-5년 단위로 표류 중인 내 삶의 끝은 어디일지 요즘은 정말로 더 모르겠다!
옆집 ㅇㅇ이는 임원이라던데
진심으로 부러워!라고 생각 했었다. 자리는 사람을 만든다고 본인 아이도 아닌 회사라는 자식을 키워내느라 빠르게 늙어버린 동년배 친구들에게 확실하게 자랑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정답은 오로지 하나, 탱글한 피부와 시커먼 머리카락뿐. 동안외모가 권력인 미래가 온다면 아마 1등이 될 거라 확신한다. 더군다나 아직 책임감이 적은 위치인 탓에 잘릴 불안마저 없잖아? 슬프지만 건방지게 이것밖엔 자랑할 게 없다.
오늘의 한 일: 출퇴근 카드 찍기, 남의 글 수백 개 읽기
사내홍보팀의 일상은 대학원생과 다를 바 없다. 찾고, 읽고, 재가공하고 repeat의 연속. 말에는 힘이 있다는데 아마도 그 힘은 광고카피, 스레드, 트위터, 펨코, 디씨인사이드, 블라인드 핫글에 분산되어 버린 건지 사내홍보 매체: 뉴스레터, 사내게시판 게시글들의 조회수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망할 놈의 보안은 외부플랫폼으로 글을 공유하게 하지도 못하니 심심한 조회수를 위안 삼아 달릴 원동력을 만들어본다. 어쩌면 내가 지난 몇 년간 한건 출퇴근 카드 찍기가 전부가 아닐까? 하는 불안도 문득문득 엄습한다. 비밀이지만 요즘 회사 뉴스레터 절반은 뤼튼 (wrtn.ai)가 써주고 있다.
직장 밖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살아남는다
최근 회사는 엄청난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경기가 불안한 게 피부로 체감되는 요즘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언제 끝이 다가올지 모르는 직장인의 삶에는 부캐라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뭘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어서 그나마 몇 장이라도 끄적거렸던 브런치를 다시 열어봤다.
세상에…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2022년부터 했는데 여전히 제자리인 것도 너무 대단한데? 바야흐로 책 읽는 게 섹시하다는 Text Hip의 귀환이라고 하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시 집중해 봐야겠다. 아티스트는 작품을 만들고 불안한 홍보팀 직장인은 뭐라도 기록하자! 이렇게 다시 물경력을 희석해 줄 수 있길 바라는 개인 경력 ‘브런치 출판’의 여정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