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온에서 처음 만난 남극 -
지난 2017년 3월 북극 다산 과학기지 출장 중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이용한 연구활동이 논의되었다. 극지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라온에 승선하여 꼭 연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오게 된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함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다. 다산기지에서 복귀한 뒤로 약 5개월간 준비를 하였다. 승선 연구에다가 처음 하는 실험이 있었기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세심히 준비해야만 했다. 다행히 북극해 지역의 관측을 무사히 끝내며 부산항에 복귀하였다. 하선할 때, '이런 기회가 다시 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힘들겠지'라고 생각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남극해다. 가슴이 무척이나 뛰었다. '다시 아라온에 승선하여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신나는 일이다. 사실 배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어려움이 정말 얼마나 어렵겠는가? 복귀한 지 2주가 넘어간다. 그런데도 일하면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한국은 봄의 정점에서 여름으로 향해 가는데, 내 머릿속의 기억은 남극의 가을 즈음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3월 27일 뉴질랜드 리틀톤 항 출항 후 쉬지 않고 남극 반도를 향하여 항해 중이던 아라온. 멍하니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일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4월 1일 수평선 멀리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멀리서 볼 때 육지는 아닐 것이로 확신하였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유빙이었다. 유빙을 확인한 후, 대기과학실에서 온도를 살피니 영하에 머물러 있었다. 눈으로 유빙을 확인하고 기온이 영하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바람은 차갑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첫 유빙을 봤으니 무엇을 하겠는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모처럼 멀리 있는 것을 찍으려 하니 무척 힘들었다. 찬 바람이 불 때 잡는 카메라는 얼음 덩어리를 손으로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사진을 여러 번 찍었다. '좀 더 가까이 가면 좋을 텐데 좀 더 크게 찍고 싶은데' 중얼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배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주지 않는다. 아무리 망원 렌즈라고 하여도 멀리 있는 유빙은 확대해봐야 작은 점으로만 보였다. 이것이 아라온을 타고 가며 만난 첫 남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