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고 글 잘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론
[복서서평]: 책 한권에 복이 담겨 있다는 믿음으로 작성하는 독서서평입니다. 차분하게 책을 소개합니다.
*저자 소개: 강원국
=그는 말과 글에 익숙하다. 김우중 회장,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다. 그들의 생각을 글로 썼다. 그들의 말이 연설문이 되는데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제는 작가 강원국으로 산다. 회장님, 대통령님이 아니라 글쓰기,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준다. 그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은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열심히 말하고 쓴다. ‘관종’으로, ‘강원국’으로 나답게 산다.”
*서평
말과 글에 대한 책이다. 정확히는 더 말 잘하고, 더 잘 쓰기 위한 책이다. 정말 쉽게 읽힌다. 저자가 책의 제목처럼 말하듯이 썼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단순한 글쓰기 책이 아니다. 말과 글에 대한 책인데 인생이 녹아 들어있다. 말과 글에 관한 책을 읽는데 마음이 적적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말을 잘하고, 잘 쓰기 위해서 저자는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쓰기 전에 친해져라’라고 한다. 그는 관계가 좋아야 상사의 생각이 내게 흘러온다고 강조한다. 직장에서 관계가 나쁘면 내 생각을 전할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한다. “글이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관계에서 글이 나오기도 한다”는 문장은 모든 직장인에게 와닿을 문장이다. 보고서, 기획안, 회의, 기사 등 나의 생각을 상사에게 전하는 일은 일상에 가깝다.
저자는 현실적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상사가 ‘이렇게 고쳐라’ ‘다시 써라’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냐’라고 나무라면 열불이난다. 하지만 맞춰가야 한다. 상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압박과 불화가 계속된다. 이런 부조화를 조화로운 상태로, 상사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직장에서의 ‘일’이다.” 저자는 직장에서의 글쓰기를 일관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며 일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책에는 불협화음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들어있다. 좋은 상사를 만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 경험은 왜 중요한지 등 수많은 사례가 친절히 들어있다. 이런 문장도 있다. “멋있게 포장하려고도 하지 말자. 멋있게 포장하면 진한 화장처럼 티가 난다. 꾸미면 꾸밀수록 느끼해 하고 밥맛없어 한다. 오히려 보잘것없고 변변치 못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글과 말의 세계에 쉽게 입문하도록 하는 저자의 세밀함이 담긴 문장이다.
인생도 녹아있다. 그가 출판사에서 일할 때 유명 저자에게 섭외를 부탁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유명 저자는 이미 여러 출판사가 줄을 서 있으므로 섭외가 어렵다. 거절당하는 일이 일상이다. 저자는 인상적으로 거절을 당한 경험을 말한다. 거절을 당하고 오히려 그 저자에게 호감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거절 당한 내용은 이렇다. “제안해줘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편집자라니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오히려 내가 더 아쉽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것이 틀림없지만, 못 하는 사정이 있습니다.” 어느 한구석이라도 아쉬운 마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했다. 강원국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말을 잘하고, 글을 잘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책에서 관계를 다루고, 연애 시절 이야기를 하고, 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왜 다뤘을까. 그러한 이야기들이 말과 글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좋은 사람’이 좋은 글과 말을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말과 글에 대한 방법론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책이 있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말과 글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 내 말과 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가볍지만 무겁게 읽고 싶은 책을 찾는 분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