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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우져 Dec 14. 2020

직선의 정치인, 김해영

[정치인을 말하다]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 김해영     



김해영은 국회의원 시절 ‘적폐’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적폐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더욱이 문재인정부가 수행하는 수많은 개혁과제가 적폐청산과 연관되어 있었다. 개혁을 방해하는 야당, 보수세력을 적폐라고 부르짖는 민주당 의원은 단시간에 스타가 될 수 있었다. ‘적폐’를 외친 정치인은 이름값도 높이고 후원금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김해영이 적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에 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적폐라는 말을 쓸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의 보좌진들도 4년 동안 한 번도 적페라는 말을 쓸 수 없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부와 여당에서 적폐의 의미가 제도를 넘어 집단, 사람으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자신과 타자를 구별 짓는 적대의 언어가 바로 적페였다. 김해영은 적대의 언어는 정치인의 말에는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신 그는 ‘뾰족’했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 중 민주당에 가장 비판적이고, 논쟁적인 인물이었다. 이해찬 지도부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의 원팀 기조에 균열을 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인으로서의 자세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월수금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발언은 기자들의 에너지였고, 지도부와 권리당원에겐 분노의 대상이었다. 당원들은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최고위원은 필요없다”며 그에게 집중포화를 가했다.      


놀랍게도 김해영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장관 논란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문(친문재인)계의 숨은 핵심으로 언론에 노출됐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동경하는 ‘친문’이라는 마패를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조 전 장관 논란 당시 친문이라는 마패를 버렸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학 및 대학원 입시 관련 부분은 적법·불법 여부를 떠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조 후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진실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을 비호하는 당 지도부의 의견과는 다른 결의 메시지였다. 이때부터 김해영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금태섭, 조응천, 박용진과 함께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김해영은 이후에도 뾰족했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기부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당시 민주당의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에 대해 “피해자라는 표현이 적절한데 당의 대처가 부족했다”고 했다. 최고위원 임기가 끝나는 지난 8월에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들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지도부에서 그러한 점이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누군가는 그가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수위의 발언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그의 발언을 ‘내부 총질’이라고 했다.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라며 권리당원에게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의 재선 여부는 정치권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해 다시 민주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람과, 당인으로서의 자세가 부족하다며 절대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사람이 있었다. 결과는 3% 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그의 패배로 매일 아침 그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국회 환경미화원은 종일 울었다.     


김해영의 미래      



원칙과 소신이 김해영의 가장 큰 무기다. 민주당에서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노무현이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신은 위대함의 상징이자 뛰어넘어야 할 가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민주당원이 싫어하는 김해영이 노무현과 닮아있다. 실제로 부산지역의 노사모 회원들은 김해영에게 “가장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요즘 당원들은 너무 표현이 격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다.      


‘곤조’도 있다. 그는 사법고시 준비생 시절 자신의 집 문제로 사기를 당하자 사기꾼을 끈질기게 쫓았다. 그의 아버지가 투병하던 시절에는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됐다. 아버지가 먹는 약을 하나하나 공부하며 의사와 간호사에게 따졌다. 두꺼운 의학서적을 읽어가며 약의 효능을 따지자 병원에서 그는 ‘주의대상’ 인물로 떠올랐다. 김해영은 그때 의사와 간호사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다. 사법고시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아부하지 않는다. 그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동료 정치인 그필요한 게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남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없다. 게을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부탁을 하는 일을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게으름이 아닌 신념임을 안다. 그는 지금도 정치현장을 샅샅이 뒤지며 ‘가치’와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그의 직선이 얼마나 유연한지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그를 싫어하는 권리당원도, 민주당 의원들도 그가 곡선이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그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의 소신이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느냐가 그의 정치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가능성은 그가 현역들보다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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