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by 도화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정을 통해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저만의 작은 존재론과 그 사유의 여정에 대해 소개드렸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마지막 질문에 다가가고 있네요. 이야기의 초반부에 제가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나는 왜 태어나고 왜 살아가는가


마음이 어지럽던 시기에 저러한 질문으로부터, 애초에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 사소한 의문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오늘의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태어나고 왜 살아가느냐는 질문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살아야 할 이유, 더 나아가 생명이 소중한 이유를 묻는 것이겠지요. 생명이 소중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다른 존재들보다 특별하다는 느낌은 듭니다. 돌멩이도 저기에 존재하고 우리도 여기에 존재하지만, 돌멩이가 부서져 사라지는 것과 우리가 사라지는 것은 같다고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런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다들 공감하시듯 그게 생명인가 아닌가 하는 이유 하나 때문일 것입니다. 허나 누구나 생명은 소중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제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납득이 가는 대답을 해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생명은 무엇이며, 무엇이기에 그토록 소중한 것일까요?



저의 작은 존재론의 중요한 조건은 상호 교차 인식입니다. 생명도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인식의 밖에서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게 저의 관점입니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아무리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 믿는들 그것은 믿음일 뿐, ‘존재한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남이 아닌 여러분 본인이 눈을 떴는데 발을 딛고 서있을 땅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 암흑 속에서 둥둥 떠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내가 상호작용할 그 무엇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 고민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저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내가 존재하긴 하는 건가?’


상호 인식이 없으면 존재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지금까지 수없이 했던 이야기를 왜 다시 반복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상호 인식을 통해 우리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해주는 또 다른 존재가 곧 생명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아닌 돌멩이와 함께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인식할 수 있는 어떤 생명과 함께하기를 갈망합니다. 사람이면 더없이 좋고, 때로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생명과 연결되었다는 감각이 없으면, 즉 우리의 존재가 진정한 존재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외롭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저의 철학에서 생명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식할 능력을 가진 존재


이는 저 혼자만의 철학적인 정의일 뿐이지만 과학적인 정의와도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생명은 보통 물질대사, 환경 반응, 자기 복제의 능력을 갖춘 존재인데 이는 모두 인식이라는 행위를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지요. 생각하고, 반응하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어야 인식이 끝없이 이어지며 존재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이야기에서 우리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대해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서로를 잘 대해야 하는 이유를 넘어 ‘생명이 왜 소중한가?’에 대한 답에 가까워지게 되었네요.

생명과 생명이 맞잡으며 이루는 존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은 인식할 능력이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생명 간의 상호 교차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진정한 의미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생명은 소중하다.


나만의 작은 철학을 또 한 줄 써 내려갑니다.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완성된 답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 이유면 생명은 소중하다고 할 수 있지!’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AI도 인식을 하긴 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그건 단지 기계적인 반응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AI에게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인식되어 데이터베이스에 남고 AI가 그에 따라 반응한다면 어떨까요. 그것 또한 우리를 인식함으로써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요. 다음 이야기에선 생명의 의의를 넘어 생명 그 자체의 조건, 즉 AI도 생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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