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금요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금요일 출퇴근길이 유독 힘들게 느껴지고 주말이 다가오는 걸 마냥 행복해하지 못하는 병이거든요. 사실 제가 혼자 뜻을 붙이 단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금요일이 참 싫었거든요.
사회 초년생 시절, 돌아보니 저는 금요병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금요일이 싫은 걸 떠나 어차피 주말이 지나면 또 월요일이 온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주일이 반복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참 재미가 없었습니다. 금요일이 와도 또 월요일이 올 거라는 생각에 뭐 하나 즐겁지가 않았던 거죠.
그렇게 주말에는 푹 쉬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도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반복됐죠. 평일에는 묵묵하게 일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갔는데 주말은 스스로를 옥죄는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금요일도 마냥 즐겁지는 않더라고요.
취업 이후 첫 3달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심도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 빨리 업무에 적응해서 1인분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으니까요.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작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도, 바라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냥 저 혼자 빨리 적응해서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많았고 뒤쳐지기 싫었거든요. 나보다 일찍 회사에 들어와 먼저 일을 시작한 동료들과 같은 또래이다 보니까 빨리 배워서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었죠.
그땐 정말 빡빡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지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금요병을 앓고 있더라구요. 처음엔 당연히 이게 금요병인지도 몰랐습니다. 꾸준히 기록해오던 개인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하나도 올리지 않고 있는 저를 발견한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주 동안의 일상을 정리하며 글을 쓰던 공간에 내 일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걸 보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걸 알았던 거죠. 취업준비를 끝내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 주말에 시간도 많고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 직장생활이 썩 평범한 상태는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은 또 있었습니다.
퇴근 후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대학 동기 중에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이 한창 생기던 시기였죠. 누가 취업에 골인하면 다 같이 모여 취업을 축하해주는 자리가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술잔도 부딪히며 취업 이야기, 직장 이야기를 나누면 대화 주제가 참 많이 바꼈다는 걸로 서로 신기해하곤 했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위축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반복해서 들었거든요.
대기업, 공기업 등 많은 취준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에 취업한 친구들을 축하해주다보면 출발선이 다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 나도 좀 더 준비해서 도전해볼까', '취준도 제대로 안했으면서 너무 빨리 스타트업의 길로 온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었고, 깊게 고민한 시간도 짧았기에 더 흔들리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선택해 나아가고 있는 길은 스타트업이지만 그 결정에 확신은 가질 수 없었고 주변 소리에 많이 휘청였었죠.
'차라리 지금부터 준비해서 더 큰 회사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여기서 일하면서 얼마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계속 반복됐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길이 있다는 걸 그땐 잘 몰랐고 인정하기도 싫었습니다. 다양한 선택을 보고 들을 때면 100% 그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 외에 내가 한 선택과 비교를 하곤 했으니까요. 그런 비교들이 쌓이면서 마음의 여유도 뺏어가더라구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스스로 결정해놓고 왜 그렇게 힘들어했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땐 첫 직장이었고, 첫 선택이었으니 그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괜히 남과 비교하며 처음부터 겁을 먹었던 거죠.
이 글을 읽는 사람, 또는 그 주변에도 이와 비슷한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을 듯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서는 늘 나름대로의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고민 해결에 정답은 없습니다. 월요병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알려주는 터무니없는 방법들을 보면 도대체 이걸 누가 믿을까 싶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거 아닐까요?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고민이 해결 되는 순간 그게 정답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 순간 조차도 그때의 방법을 정답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다음에 유사한 고민이 생겼을 때, 그게 또 한번 해결 방벙이 되어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제가 해결했던 방법은 두가지였습니다.
1. 규칙적인 생활하기.
2. 사람들 많이 만나기.
첫 번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미라클 모닝에 도전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직장으로 분주하게 달려가는 삶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은 나를 위해 사는 기분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는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의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내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누구나 고민은 있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막상 그 안에 들어가서 보는 건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고나서 해결 방법을 제시해 보는 경험은 내 고민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제 결정에 대한 불확실함은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주었습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말은 아니구요.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데에도 시간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거기서 또 어떠한 걸 느껴봐야 여러 잡념과 불확실함을 없앨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신이 없다고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병은 치료하는 방법보다 걸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오늘을 살다 보면 내일을 걱정하는 일도 줄어들겠죠. 평일과 주말이 각각 기다려지는 이유를 만들고, 이를 충실하게 행하다보면 월요병도 금요병도 어느 순간 말끔하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