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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혁 May 12. 2024

나만의 작은 숲이 있나요?

모두에게 각자의 숲이 있다.
그 숲을 잘 알고 가꾸어 나가야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살짝 지루해질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부드러운 자극을 받았다.


날씨 좋은 5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낯선 사람들과 함께 크림브륄레를 만들며 들었던 생각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에 대해 적어보면,

첫번째


Q.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어떻게 되나요?


다른 분한테 들어간 질문인데, 듣는 순간 나도 머릿속에서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어떻게 되는지가 어렵다기 보다는 언제 기분이 좋았는지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딱 콕 찝어 얘기하기가 쉽지 않더라. 내 감정의 변화에 따라 표면적인 모습, 내면 깊은 생각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한번에 연결지어 생각해본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대답하시는 분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언제 기분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셨고 최근에는 그런 적이 없어서 찾아가려고 열심히 노력중이라고 하시더라. 기분 좋은 순간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최근에 언제 기분이 좋았는지 생각해 보시길. 생각보다 단순한 질문임에도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두번째


Q. 쉼을 잘 보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운동, 음악, 공간, 사람, 혼술 등 다양한 답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규칙적인 일상 보내기. 그게 가장 공감이 됐다. 규칙적인 일상이 선행돼야 열심히 일하고 기분 좋게 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 역시 힘들었던 지난 12월, 스스로를 위해 요리하는 매 끼니와 매일 한번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운동 시간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히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 몸과 마음을 먼저 챙겨줘야 음악을 듣든, 공간을 느끼든 그 외 다른 쉼들도 잘 챙길 수 있다.


세번째


Q. 번아웃이 오는 이유와 극복하는 방법은?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들도 제각각 다양했지만 본질적인 건 다 비슷한 듯 했다. 대부분 번아웃이라는 순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한번 알게 되면 그때부턴 불청객처럼 가끔씩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몇번 극복하다보면 점점 번아웃이 오기 전에 예방을 해보기 시작하고 징조가 보인다 싶으면 여행을 떠나든 취미를 바꿔보는 식으로 맞서는 편이다.


특히 '자기만의 숲'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멋있었다. 본인만의 숲에서 티비를 보든, 음악을 듣든, 소리를 지르든 그건 각자의 자유고 그 어떤 것에도 정답은 없다. 단지 그런 공간과 순간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 숲을 내가 정의하고 그려낼 수 있는가. 힘든 순간에 그 숲을 찾아가는 길을 알고 있는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조금의 체력이라도 남아 있을 때 출발할 수 있는지가 번아웃 극복의 핵심이다.


나는 잘 쉬는 법 중 하나로 계획을 짤 때 쉼을 먼저 계획하고 나머지 시간에 일을 계획한다고 말했는데 많은 분들이 미처 그렇게 생각하진 못했다고, 해봐야겠다며 공감해주셨다.


누구나 자기만의 쉼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스스로가 그걸 '쉼'이라고 인식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인식하고 있다면 잘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매번 돌아가고 방황해야만 한다.


크림브륄레와 아아를 곁들이며 나눈 대화의 결론은


나만의 작은 숲을 만들고 가꾸자. 그 숲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자. 그리고 그 숲으로 가는 길에 예쁜 꽃들을 심어두자. 가끔은 그 숲에 사람들도 초대하고, 한번씩은 오래 머물면서 물도 주는 시간을 가지자.


공간 아지트가 있어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내면의 아지트를 꼭 먼저 만들 것.

그게 오늘 가장 크게 느낀 한가지였다.


오늘 만난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마치 크림브륄레 같았달까. 처음 만났을 땐 다들 딱딱해보이기만 했는데 표면을 깨고 들여다 보니 속은 그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들.


나이도 직업도 모르지만, 그래서일까 더 따뜻하고 편견 없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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