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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Nov 01. 2019

나는 이제 90년생을 포기했습니다.

화성에서 온 80년생, 금성에서 온 90년생

임홍택 작가님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대히트였다. '더미를 위한 밀레니얼 세대 인사관리'도 HR담당자 사이에서 한 번쯤 읽혀졌을 것이다. 작년 연말에 우리 회사에서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태어난(나를 비롯한) 팀장들을 모아두고 90년생 교육담당자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강의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요즘은 90년생이 힙하고, 핫하다.


80년대에 태어난 누군가가 말했다. "정작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데, 사회가 90년생과 그 이전을 구분하는 것 같아요."라고...정작 우리는 아무렇지 않을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을 '아기들'이라는 생각에 '어이구...말을 말지. 아직 애기네 애기야"라고 생각하고 덮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한다.


1년 전에 나에게 90년생은, 팀장으로써 업무 지시를 하고,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되돌아오는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90년생이 온다'를 읽으면서도 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래 맞아. 요즘 90년생은 이런 것 같아'라고 적어도 공감은 했다. '더미를 위한 밀레니얼 세대 인사관리'를 읽으면서도 '아. 이런 특성을 가진 세대에게는 이렇게 접근해야하는 구나'라고 작은 배움을 얻긴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보니 '부질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옛적에 읽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처럼, 90년대생과 우리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우린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소통이 될 수가 없다.


90년생은 우리와 같은 시대를 다른 사고로 살았다. 예를 들어 1997년 IMF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90년생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녔다. 같은 시대였지만 IMF라는 국가적 비상상황과 사회, 경제적 이슈를 다른 관점과 사고로 쳐다보고 느꼈던 것이다. 결국 90년생과 우리는 기본 생각자체가 다르다. 같은 사물을 보는 시각 자체가 전혀 다르게 형성되어 살아왔다. 이걸 이해하고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심리학에서도 (잘은 모른다.) 사람의 사고는 어릴 때 박혀서 변화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을 본 것 같다. 결국 90년생과 공존하는 방법은 '다름을 인정'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다름을 인정'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자고 뇌는 무던히 노력을 하는데, 마음은 참 안된다. 그러다보니 '얘들은 왜 이렇게 말을 하지, 왜 이렇게 행동하지, 왜 이렇게 밖에 말하고 행동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내 마음이 상처를 받는다. 중2병에 걸린 아들에게 비수 꽂는 말을 듣지만 내 새끼니까, 아직 어린애니까라고 참아내는 엄마, 아빠처럼, 팀장으로써 나는 90년생들의 말과 행동에 비수가 꽃힌다. 그러면서도 참아내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90년생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90년생들로 부터 오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내 감정을 관리하고, 추스리고,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상처받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게끔 하는 책을 많이 읽는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든가,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부제: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감정에서 탈출하는 법)'이라든가, '상처받지 않고 일하는 법'이라든가.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어렵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섞인 90년대생들의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나하나 다 의미를 생각하고, 맞지 않는 부분은 다 바로잡는 등의 일은 앞으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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