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라는 말을 요즘 중고등학생들도 쓰는지 모르겠다.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 은따를 만들고, 나아가 폭력까지 행사하는 일이야 예전보다 요즘이 심할 텐데.
그들이 요즘은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친구들끼리 싸움은 해봤지만,
선배나 깡패한테 소소하게 삥(?)은 뜯겨 봤지만,
적어도 누구를 왕따 시키거나 내가 당하거나, 누구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하거나 내가 당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회사에서 사이코패스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물론 TV에 나오는 모 대표들(그분들 다 감옥살이 잘하고 계시나?)과 같은 실제 폭행은 아니다.
말과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마음 폭행(?)이다.
누군가에게는 '뭘 그 정도를 가지고'라고 생각될 일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라고 넘어갈 일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남자가 돼 가지고'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누군가는 '나보다 나은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회사 폭력을 당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마음에 점점 멍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헐...곧 15년이 되어간다)
10년간 전혀 못 느꼈는데 왜 갑자기 '회사에서', '상사에게', '폭력을 당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가끔 한 번씩 얻어맞는 것과 매일 얻어맞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12년 전쯤 권투를 처음 시작하고 몇 달 뒤에 연습 스파링에서 얼굴을 가격 당한 적이 있다.
만화처럼 머리 위에 별이 돌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어지럽고 콧등이 욱신&시큰했다.
(우와 선수들은 어떻게 12라운드 내내 맞고 때리는지...존경스러웠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몇 번 맞다 보니 면역이 생긴 듯 고통이 점점 작아졌다.
신입 때는 업무 미숙으로 타박도 당해보고, 눈물 쏙 빠지게 혼도 여러 번 나봤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큰 사고를 치고 정강이를 차여봤다. (딱 한번)
하지만 1년에 몇 차례 정말 큰 실수를 해서, 잘 못해서 혼나는 건 참을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은 무뎌서 상당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거든 나아지거든
마음이 안 아파 지거든.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가라앉아지거든.
마음은 자연치유가 되거든.
하지만 최근 나는 매일 혼난다. 매일 마음 타작이다.
매일 마음을 두들겨 맞다 보니 내 마음이 복구될 시간이 부족하다.
매일 두들겨 맞다 보니 맞은 곳을 또 맞는다. 더 아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잘 못한 것도 없는데 혼난다.
신입 때도 1년에 한두 번 혼날까 말까인데...직장생활 10년이 넘어서는 매일???
이유도 모르고 혼난다.
일을 시키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가면 일단 듣지도 않고 화부터 낸다.
본인의 이야기에 반박을 하면 짜증부터 낸다.
그냥 그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이슈로 꽉 차있다.
입만 열면 '화~~'가 나온다.
앵그리버드처럼 큰 소리로 '꽥꽥'거린다.
본인은 마음을 때리거나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문제일지도...)
그가 정녕 진정 사이코패스인 이유는?
매일 내 마음을 그렇게 두들겨 패고,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마지막은?
안아준다. 칭찬하고 '최고'라고 치켜세워준다.
고생했다고 도닥여준다.
예전 개콘 불편한 진실의 황현희처럼 "왜 이러는 걸까요?"
"이 사이코패스는 왜 이러는 걸까요?"
이러면 본인이 상대방을 다치게 한 모든 죄가 사해진다고 믿는 걸까?
이러면 본인의 마음이 편해질까? 아니 내 마음이 편해지라고 이러는 걸까?
이제 정말, 진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직장생활 이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할지.
절이 싫다고 중이 떠나면 어딘가에는 유토피아적 절이 있을지...
어느 날 절이 재건축될 때를 기다릴지... (하기사 다시 지어진 절도 이모양이면...)
회사 생활에도 답안지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