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간다.
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자 마음먹는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자!'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여벌의 속옷, 여벌의 옷, 여벌의 안경 등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 가지를 더 챙긴다.
(사실 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짐을 최소화하긴 글렀다.
여행지에서 쓰고 버릴 것들로 챙긴다.
가는 길의 짐보다 오는 길의 짐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이 옷은 평소에 안 입으니까 버리고 와야지'
'이 물건도 뽕 뽑을 만큼 썼으니까 버리고 와야지'
'스타일보다, 귀찮음이 먼저지...'
그래 봐야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
여행지에서 다시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것.
오늘도 역시 돌아오는 길이 더 무겁다.
삶에서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자.
다 버리자.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렵다.
2016년 전 직장을 퇴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즐겁게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
라고 몇 번을 되새겼지만,
그 마음가짐조차도 지켜내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월급의 노예가 되고,
지름신을 통해 만족을 느끼고,
연봉 인상을 위해,
직급을 올리기 위해,
욕심내어 자신을 혹사시키며 일한다.
뼈 빠지게 일한다.
참 못 버린다.
내 마음의 무소유도,
마음을 비우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