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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Apr 13. 2022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행복했음 좋겠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당장 먹을 것, 당장 입을 것, 당장 잘 곳을 걱정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사치라고 부르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의식주가 보장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아닙니다.


밤 12시, 늦은 퇴근길 막차를 내려 집으로 오던 길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봤습니다.

'드라마에서 처럼 수레라도 밀어 드려야 하나'

'먹고 사시는 일이 얼마나 힘드시기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고생을 하시나'

'폐지 팔아서 하루에 몇 천원도 손에 쥐기 힘들다던데, 몇만 원 정도 쥐어 드리면 기분 나쁘시려나?'

'어디에 보니 저런 분들 중에 부자도 있다던데...'

그분 옆을 빠르게 지나는 몇 초 새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쳤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칠 것입니다.

부끄러워서, 민망해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혹시 누군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겨보고, 결과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라면 한 개를 끓여서 형 동생이 나눠먹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형은 동생이 배고플까, 한두 젓가락을 먹고 배부르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이 급식을 먹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운동장에 나가 있는 아이들도 봤습니다.

삶은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도 봤습니다.

세상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해도 오늘 먹을 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겨울 패딩을 봄, 가을에도 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찢어진 신발을 신고 가을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체육복을 살 돈조차 없거나, 자기 몸보다 배는 큰 옷을 입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누구는 계절마다 사 입는 옷 한 벌을, 사기는 커녕 얻어 입지도 못하고,

몸에 비해 큰 옷이, 작은 옷이, 떨어진 옷이, 더운 옷이, 추운 옷이 부끄러워 외출하기 겁이 나는 사람이 아직도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길에서 잠을 청하는 자발적인 거지를 제외하고도,

5만 원에 불과한 월세가 몇 달이 밀려, 언제 주인이 찾아올까 걱정하는 이가 있습니다.

집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기침을 달고 살면서도 몸을 누일 곳이 있음에 안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폐가에 숨어 사는 할아버지와 손자들도 봤습니다.

여름에는 쪄 죽고, 겨울에는 추워서 죽을 것 같은 판잣집, 컨테이너 박스 안에 사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남역 근처 50만 원, 80만 원짜리 월세 사는 사회 초년생이,

노량진역 근처 20만 원, 30만 원짜리 고시원에 사는 취준생이,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적어도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의식주는 보장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적어도 끼니마다 쌀 걱정은 없고, 김치, 장아찌, 달걀 프라이 하나는 먹을 수 있는...

아이든, 어른이든 적어도 80년대 부르짖던 필수 영양소와 권장 섭취량은 채워줄 수 있는 식사가 보장되는 삶.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금수강산 나들이 갈 옷은 못 사 입더라도.

최소한 옷을 입은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 학교, 놀이터도 못 가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작고, 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냥 안식처가 되어 주고 포근함을 줄 수 있는 집에서.

가족끼리 따뜻한 이불을 덮고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꿈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냥 그렇게 모두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인간은 곧 나태해지겠죠.

그래서 기초적인 생활 보장과 더불어 일자리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팍팍한 자유 경제에서 물고기를 주는 이상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겠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주는 것.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힘들어 우는 사람이, 주름 패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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