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닌 책을 쓰기 위한 독서 교육

뉴미디어 영어 학습 디자인: Think Aloud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

책을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닌 책을 쓰기 위한 독서: 'Think Aloud'


뉴욕대(NYU)와 뉴욕 스타트업에서 3+1년간 연구하며 얻은 경험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지난 5년간 4권의 책을 출판하며 떠올랐던 감정, 그리고 대치동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가르치며 알게 된 현장과 이론의 차이, 그렇게 일상을 통해 배워온 내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12분 정도 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강의와 영어 공부 방법은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로 검색해주세요.


책을 제대로 읽는 학생이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책을 제대로 읽는 학생이 없다는 건, "몇 권 읽었나"라는 양적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말하는 거죠.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요즘 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다/ 적게 읽는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요즘 학생들이 더 오래, 많이 읽습니다.


현재의 독서는 종이 , 신문, 잡지뿐 아니라, e-book, 블로그   모든 정보 매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계로 보면 실제 독서 시간은 이전 세대보다  늘어났죠.


아래는 더 가디언에서(The Guidian) 어린 세대가 이전 더 나이 많은 세대보다 독서 시간이 길다는 리서치 결과입니다.

전체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4/sep/12/young-read-more-books-than-older-generation-research


문제는 독서란 종이 위에 글자를 읽는  아닙니다.  안에 경험을 읽는 거죠. 그래야 독서가 주는 진짜 혜택인 생각의 확장을 이루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학교나 학원에서는 '  읽었는지 경쟁' 하고 있죠.


이는 영어 책을 읽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선 영어 책을 읽을 땐 '번역'을 위한 수업이 돼버립니다. 즐거운 독서 조차 숙제나 공부로만 인식하게 되죠. 저는 대치동 현장에서 영어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큽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 해당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직접 프로젝트를 통해 "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오늘  과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쓰기 위한 독서 방법으로 'Think Aloud'라는 콘텐츠 중심의 독서 프로그램을 설명할 겁니다. 


저희는 이를  최적화하기 위해 'Think Aloud' 독서법 + 멀티미디어 학습 + 리서치 활동 = 입체적인 독서를 디자인해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프로젝트도 역시 단순 이론을 기준으로 말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 연구원과 함께 디자인한 영어 독서 프로그램을 제가 운영하는 대치동 현장에서 학생들과 수행한 결과를 기준으로 말씀드릴 겁니다.


자, 시작 합니다.


책을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쓰기 위한 독서


영어 수업을 보통 'Linguistics'라고   같지만 미국에선 ‘Language Art'라고 합니다. 좋은 작품을 읽고 만들어 가는 전체적인 배움의 과정을 말하죠.


예를 들어, 바다 생물에 대한 책을 읽을 때, "Many sharks have teeth in layered rows"라는 문장을 "많은 상어는 여러 겹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게 아닙니다.


"왜 상어는 다른 어류와 달리 이빨을 가지고 있을까?" "그럼 상어는 물고기가 아닌가? 고래처럼 포유류일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거죠. 즉, 질문을 통해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들고 생각을 확장하는 겁니다.


또한 흔히 독서를 글자 그대로 읽는 활동만 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독서는 '읽는' 활동만 하는 게 아닙니다. '쓰는' 활동도 '독서'입니다. 더 제대로 읽기 위한 쓰기 활동이죠.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면 머릿속에 담아 두지만 말고 꺼내는 창작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서가  재밌고 다음에 읽고 싶은 책으로도 이끌어 주기 때문이죠.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분석하고 새롭게 발견한 내용을 영어로 쓴 페이퍼

이해를 돕기 위해 독서 활동 과정을 조금더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1. 만약 바다 생물에 대한 책을 읽는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물고기는 이빨이 있을까?" 보통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럼 "상어는  이빨이 있을까?" "상어는 먹는 것이 다른가?" 아니면상어는 어류가 아닌가?"같은 질문을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도록, 즉 책 내용이 궁금하도록 교사가 코칭하는 거죠. 그러고 나서 관련 책을 주면 이제 책은 암기나 공부해야 할 교과서가 아니라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을 들려주는 스토리 북이 됩니다.


2.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어 문장을 그대로 해석하는 게 아닙니다. 처음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이나 관련 정보가 있는지 찾아보는 거죠. 그리고 그 정보를 기준으로 생각을 확장해 주는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제 상어가 이빨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왜 여러 겹의 치아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리서치 활동과 연결합니다.


책에서 주지 않는 정보를 찾기 위해 책 밖으로 나가는 거죠. 리서치를 통해 책에서 모든 답을 주지 않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책 읽기는 배움의 시작점이지 마지막 단계가 아님을 이해하는 거죠. 책은 단순 참고 자료일 뿐 진짜 세상은 책 밖에 있다는 걸 알고 정보를 탐험하러 떠나는 겁니다.


여기서 뉴미디어(테블릿, 스마트폰 등의 새로 등장한 정보 전달 매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집니다. 구글을 통해 리서치도 해야 하고 상어가 수영하는 바다의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고 들을 수도 있죠.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내셔널지오 그래피 상어 관련 영상


여러 매체의 조합을 통해 배움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을 “입체적인 입력”이라고 하죠.


입체적인 입력을 통한 학습 방식이 더 재밌을 뿐 아니라 어떤 내용에 대해 주변 정보가 연결되기 때문에 이해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이는 인지 과학과 언어 습득 연구에서 이미 증명된 겁니다.

입체적인 입력을 해야만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출력으로 이어진다는  언어 습득 이론


3. 책을 읽은 후에는 독서록을 만듭니다. 이는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닙니다. 내용 분석뿐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기준으로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무지개가 형성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한 책을 읽고 초4 여학생이 쓴 내용입니다. "빛은 색이 없지만 왜 무지개는 색이 보일까?" "물속에서 빛은 왜 굴절될까?"의 내용을 영어로 썼습니다.


배운 내용으로 자신만의 글을 쓰게 되며 이것이 모이면 글을 읽는 독자가 아닌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겁니다.


스토리를 쓰는 소설가가  수도 있고 과학을 리서치하는 논문 저자가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독서는 글을 읽기 위한 활동이라기 보단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작업에 가깝습니다.

학생들이 iPad를 통해 쓴 미니북


과정을 정리해 보면, 입체적인 독서는


1. 책을 읽고 싶도록 질문으로 시작하여 학생의 흥미를 높이고,


2. 영어 문장 해석이 아니라 콘텐츠 중심으로 지식과 경험을 배우며,


3. 다양한 매체를 조합하여 단편적인 뜻이 아닌 정보의 맛, 색상, 감정, 소리를 입체적으로 입력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4. 리서치를 통해 책 밖으로 생각을 확장하고


5.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저신 만의 의견을 펼치는 독서록을 작성한다.


이런 방식을 'Think Aloud'라고도 합니다. 독서 워크숍처럼 진행하죠.


사실 21세기 독서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literacy) +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는 능력(디지털 리터러시: Digital Literacy)을 모두 필요로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교육부가 지난 2019년 7월 29일 발표한 내용에도 뉴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둔 시스템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기억해 주세요. 배움의 중심은 학생입니다. 모든 활동은 학생의 호기심으로 시작됩니다. 교육에서 호기심이라는 매직은 학생들이 스스로 알고 싶고 배우고 싶도록 만들죠.


저희는 여기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뉴미디어 기술과 도구를 주고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무엇을' 그리고 '왜 배우는지'는 학생 본인이 정하고 책임지는 겁니다.


왜냐하면 강요로 인한 독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효과를 입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즉,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독서가 시작되는 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전부 사다가 아이에게 억지로 읽게 합니다. 그러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학생은 책 읽기를 더 싫어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부모와 아이 사이에 관계만 나빠지게 되죠.


학생이 보고 싶은 책이 만화책이던, 게임 책이던, 화학 책이던 그 주제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즐거움을 동반한 독서(pleasure reading)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물론 언어 수업에서, 특히 영어로 독서를 한다면 더 잘 읽고 쓰기 위한 훈련은 필요하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사와 부모는 학생이 더 배우고 싶도록 코칭하는 거죠.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제가 이번 영어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확실합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교사 조차도 영어 책 읽을 땐 단순 해석을 시킵니다.


저희 학생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독서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점점 변했고 매체의 조합을 통해 어떤 주제에 대해 더 크고 깊이 볼 수 있게 되었죠.


학부모로부터 콘텐츠 중심의 독서: 'Think Aloud'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중요성도 공감한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책 읽기, 특히 영어 독서 수업은 말 그대로 한 줄 한 줄 번역하는 수업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 거죠.


고백하자면 저도 책 읽기를 엄청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책이 싫었던 이유는 책에 쓰인 글자만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의 글자가 아니라 스토리, 즉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비디오 게임만큼 책도 좋아하게 되죠.


나중에는 저는 책을 시집처럼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 빨리 읽을까 봐 책을 "아껴 읽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책을, 독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일 겁니다.


이 사실을 더 많은 학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열심히 코칭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응원과 조언 비판 모두 부탁드립니다.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오래 고민할 뿐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추천 영상]

'입체적인 독서 법' 특강 영상:

https://youtu.be/Vvk2Gs891vk


[추천 글]

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이 되기 위한 영어 교육 소개:

https://brunch.co.kr/@dohyunkim/207


영어 고급자가 되기 위해 공부와 활동을 조합하라:

https://brunch.co.kr/@dohyunkim/265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

https://www.newmediaenglish.com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이 되기 위한 영어 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