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by 박도현

이토록 축축한 비내음이라, 추적이는 봄비에 끈덕진 물자국만 걷어내면 완벽했을 아침, 소리만 들려줄 순 없겠니, 미미한 파동을 보낸다.


안팎으로 곰팡이가 핀다.

이대로 있을까.

적신다.

고인다.

고이다, 잠긴다.


아, 내 삶은 아직 내 것이 아니었지. 한참을 가라앉아도 눈 뜨면 여전히 수면 위다.


일어나자. 그만둬.

그럴까? 일어나자.


허무하다. 어차피 내게 선택지는 하나다. 그래도 인정하기 싫은 현재의 발악이다.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했던가. 이제는 이 말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지만 이런 날에는 유독 행복의 안녕이 궁금하다.


어떤 단어든, 상황이든, 그렇지 않음 덕분에 존재 의의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하거나, 행복의 경계에 있거나. 그리고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다. 거창한 목표였을 때가 있었다. 마치 아주 멀리 있는 듯, 쟁취하기 위해선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할 것만 같은 착각. 그날의 그 바보를 생각하면 이따금 속상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시간이 그닥 날카롭지 않으니까.


평범한 이야기다. 행복을 좇겠다던 소년이 그 흔적을 찾으며 방황하고, 여행하다 끝내 도착한 곳이 행복을 좇겠다고 다짐한 그 자리였던, 꿈이라 치부하고픈 날. 그날로 세상은 역설이 됐다.


같은 상황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 누군가는 짜증내고, 불평하고, 불행을 말해도 나는 기꺼이 감사를 택한다. 진심으로. 행복은 좇는 것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니 일어나자. 그러자.

그만둘까? 아니, 일어나자.


행복과 행복하지 않음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워 손을 뻗으면 둘 다 쥘 것 같다. 그래도, 아무리 흔들려도 선택지는 여전히 하나다. 추적이는 빗소리는 완벽하고, 샤워는 평소보다 상쾌할테니. 기꺼이 일어난다. 행복은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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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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