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꼬? 너 뭔데?"
나를 보며 사람들이 물어본다.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로 다가와 나를 쳐다보다가 엄마에게 "저기 살짝 만져봐도 되나요?" 허락을 구한다.
"아, 등 쪽 살짝 만져 보세요."
사람들은 나를 쓰다듬으면서 '너무 귀엽다'를 연발한다.
아... 피곤하다 피곤해...
산책을 할 때마다 참 피곤하다.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마성의 귀여움 때문에.
만지려면 확실하게 만져줘야지 '찔끔찔끔, 슬쩍슬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땐 내가 적극적으로 안겨야 한다. 내 애교와 부러질 듯 흔들리는 꼬리에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들. 동그란 눈으로 혀까지 내밀면 게임 끝이다.
"야~ 너 뭐야~ 너무 귀엽잖아!"
나보고 뭐냐고 물으신다면 강아지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 내가 강아지인걸 몰라서 묻는 건가?
요새 가족들이 통통한 내 몸을 보고 '불곰'이라고 놀리는데 진짜 불곰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엄마가 사 주신 생애 첫 개모차 시승식.
겁쟁이 토리는 개모차에서 덜덜 떠는 바람에 나 혼자 시승식을 하게 되었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아빠, 엄마는 내 모습을 찍느라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서 즐거워하셨다.
그때, 낮고 거칠면서 조금은 쉰 듯 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 너 뭔데? 너 뭐 하고 있는데?"
소리가 들린 곳에서는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걷고 계셨는데 목소리는 조금 무서웠어도 할아버지 얼굴을 보니 눈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너무 반가워 유모차 안에서 두 발로 서서 힘껏 꼬리 쳤다.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강아지인데요!
불곰 아니고 강아지예요.
내 대답을 들으셨는지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는 나를 귀엽다는 듯 잠시 쳐다보시다가 지나가셨다.
엄마는 사람들이 나에게 자꾸 "너 뭐야" 하는 이유는 귀여워서라고 하셨다.
사람들은 너무 귀여우면 뭐냐고 묻고 싶나 보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맛있는 밥을 먹는다. 먹다 보니 사료가 금방 사라진다.
엄마가 뭐 하시나 살금살금 눈치를 보다가 토리 밥그릇을 향해 돌격 앞으로 달려간다.
'오도독! 오도독!'
토리 밥그릇에서 사료를 빼앗아 먹고 있는데 엄마가 소리치셨다.
평소보다 소리가 더 높고 길게 뭐냐고 물어보신다. 거의 비명 같기도 하다.
목소리가 크고 우렁찬걸 보니 엄마는 오늘, 내가 너무 귀여운가 보다.
엄마가 뭐냐고 묻는 이유는 귀여워서라고 하셨으니까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답해 드리기로 했다.
엄마는 이미 아시겠지만 그래도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강아지인데요!
텅텅 비어버린 토리 밥그릇을 들고 있는 엄마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햇살 좋은 베란다 방석 위에서 잠이 든다.
오늘도 Happy Day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