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처럼 바뀌는 관계

오늘의 글쓰기 챌린지 6(오글챌)

by 제이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다. 어릴 때는 친구가 많은 아이들이 부러웠다.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반 친구들끼리 계곡을 놀러 가기도 하고 생일 때도 여럿의 축하를 받으며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다.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때라 불편한(그때는 불편한지도 몰랐다) 자리에서도 잘 참고 앉아있고, 모임 기회가 있으면 거절하지 않고 나갔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더라도 깊게 사귀는 것은 별개였다. 여러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시기가 지나면 조금씩 소원해졌다. 성향이 비슷하거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는 일 년에 한 번 또는 몇 달에 한 번 주기로 만나곤 했다. 어느 순간 제일 친한 친구는 사라졌고, 어느 정도 친하고 가끔 보는 사람들만 남았다. 학생 때 반 배정이 되면 같은 반에 꼭 한 명씩은 제일 친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도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반'의 개념이 사라지니 좋든 실든 얼굴을 봐야 하는 친구도 없어졌다. 게다가 교환학생을 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인간관계의 정리도 시작되었다. 무언가를 같이 하는 시기에 친해지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제일 친한 친구의 개념은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자리는 보통 애인이 차지했다.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이면서 제일 친한 친구였다.


한 해가 갈수록 인간관계 폭이 좁아지는 걸 느꼈다. 그리곤 지금은 딱히 좁아질 인간관계도 없는 것 같다. 점점 귀찮은 게 많아지니 누군가를 만나고 약속을 잡는 일도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연락하고 싶으면 연락하고. 작년에 친했던 친구가 올해도 내년에도 친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점점 관계에 큰 기대를 하지도 미련을 두지도 않는다. 친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지만 관계는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쨌든 노력이란 걸 하면 후회는 줄어드니깐.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한 번씩 모험을 하곤 한다. 이미 단체 모임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데도(난 단체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하고 싶은 건지, 그 결과가 좋을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가 더 많다. 사람이 많아지면 주제도 다양해지고, 발언 기회도 적어지기 때문인 걸까. 같은 단체인데 최근에 다녀온 단체 모임에서는 너무 즐거웠는데, 지난 단체 모임은 왜 그랬을까. 지난 단체 모임에서 도중에 나와 집에 간 뒤, 시간이 아까워서 너무 우울했다. 흔히 말하는 현타, 집에 가니 현타가 왔다. 최근 단체와 지난 단체의 차이는 뭘까.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주제, 아마 이게 제일 크지 싶다. 사람, 말하는 방식, 주제 등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했다. 아무튼 최근엔 단체 치고는 참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요즘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가끔 연락해서 친구를 만나긴 하지만 날씨도 춥고, 일을 하지 않으니 지출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도 어서 날이 따뜻해지면 좋겠다. 춥다고 안 나가는 건 아니지만 전투력이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재밌는 것도 찾고 괜찮은 일도 찾아야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친한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겨울은 즐기지도 않았으면서 봄이 왔으면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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