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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로드 Mar 22. 2017

아름다운 영국 도자기 마을_10

스톡-온-트렌트 Stoke-on-Trent 


한국에 전통 도자기 고장 여주 이천 광주가 있다면 영국에는 턴스톨(Tunstall), 버르살람(Burslem), 핸리(Hanley), 스톡(Stoke), 팬턴(Fenton), 롱턴(Longton) 6개의 마을이 모여 ‘도자기 도시’라고 불리는 스톡-온-트렌트(Stoke-on-Trent)가 있다. 지리학적 위치로는 맨체스터에서는 기차로 약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런던에서는 기차를 타고 2시간 30 정도 거리에 있다. 이곳은 한 때 The Potterie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도자기의 중심 산업도시였다. 영국의 많은 도시 중에 도자기로 꽃 피우고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된 그곳에 찾아갔다. 



로열 스탠포드 공장에서 만난 도자기 





여정의 시작은 핸리(Hanley) 마을과 함께 시작되었다. 핸리는 런던에서 스톡-온-트렌트 가는 버스를 타면 내리게 되는 한국의 버스터미널 같은 큰 버스 스테이션이 있는 곳이다. 그곳은 전반적으로 앤티크 분위기가 나는 전체 마을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게 컨템프러리 건축의 맛이 물씬 느껴진다. 2013년에 완공된 버스터미널은 그림쇼 (Grimshaw) 건축가가 최근 지어서 유명해진 곳으로 도자기 마을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내가 처음 기억하는 스톡-온-트렌트는 바로 이 핸리 버스터미널과 같이 시작되었다. 2009년 웨지우드(Wedgwood)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하게 되었는데, 가난한 유학생 시절 운이 좋으면 fun fair라고 해서 단돈 7파운드에 스톡-온-트렌트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느낀 것은 사람이 더 이상 살지 않는 버려진 곳 같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영국 친구들이 마냥 기뻐하던 나에게 한 말들이 떠올랐다.  ‘Why do you want to go tothere? The whole city is empty.’ (왜 거기 가려고 하는 거야? 거기 아무것도 없는데? ) 



내가 당시에 머문 곳은 스태포드셔 대학교(StaffordshireUniversity)라는 작은 기숙사 방이었다. 여름이라 텅텅 빈 학교에는, 오직 여름을 홀로 보내는 중국 학생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관리가 제대로 안된 기숙사에서는 여름 내내 매일 벌레들과 함께 샤워하는 일을 해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아침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공장은 3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근무시간에서 인턴기간 동안  스스로 궁금해하고 배워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다시 차 없이는 어디를 나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일이 끝나자마자 시간 날 때 면시 티 아카이브(City Archive)와 도서관에서 책과 예전 문서들을 보면서 지냈다.



웨지우드 가는 버스도 숙소에서 한 시간에 단 한 대 있었는데, 그 버스( 기차역 맡은 편에서 버스 X를 타면 된다) 를 놓치는 날에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주말에는 아예 다니지도 않았다. 이러한 나의 첫 번째 경험은 스톡-온-트렌트= 시골이라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게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스톡-온-트렌트는 기회의 도시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21세기에도 발견할 수 있는 몇 백 년의 역사가 내 옆에서 매일 스쳐 지나가는 살아있는 곳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거의 일 년에 한 번씩 이 도시를 방문하고 있고 모든 도자기 재료도 여기서 주문하고 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런던 다음으로 내가 애착을 가지며 사랑하는 영국 도시이다. 




핸리 버스 스테이션에 도착했다면 시내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 10여분 걸으면 바로 영국 도자기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더 포터리스 박물관(The Potteries Museum & Art Gallery)을 둘러볼 수 있다. 도시 곳곳에 도자기 마을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도로의 사인에도 있는데, 도자기 모양 혹은 병 가마(Bottle Kiln, Bottle Oven)의 도안이 그려져 있다. 병 가마는 가마 모양이 마치 병모 양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인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나무 장작가마와는 달리 위로 기물을 쌓아서 석탄으로 떼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도자기가 발달된 이유 


그 이유는 마을에서 나는 자원들에서 유추할 수 있다. 도자기 만들 때 필요한 물, 재료를 운반하기 쉬운 운하, 흙, 석탄 등의 원재료가 풍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의 양보다 10배가 넘는 석탄이 필요하다. 석탄을 떼어 병 가마(Bottle Kiln)에 불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이 지역에 좋은 흙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이론상으로는 좋은 석탄이 있는 곳에 흙을 옮기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다. 6개의 마을 중에서 몇 군데를 함께 살펴보자.



·       턴스톨(Tunstall)은 스톡-온-트렌트 지방의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로 이곳에서 철(Iron)이 나온 시기는 12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       버르살람(Burslem)도자기 공장의 어머니(mother of the potteries)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미 17세기 초부터 영국 중에서 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하였고 명실상부 많은 도자기 공장들의 본고장이다. 기록에 따르면 1448년 Richard Adams , William Adams이라는 형제는 Burslemand Sneyd 사이의 길에서 흙을 파다가 벌금을 문 사례가 있다. 예전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흙이 풍부했다는 이야기이다.


·       롱턴(Longton)은 여러 도자기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스톡-온-트렌트 방문 시 글라스톤 뮤지엄과 여러 도자기 아웃렛을 찾고 싶으면 가게 되는 곳이다. 스태포드셔북부 지방에서는 운이 좋게도 지역에 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노랗고 빨간 흙이 많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투리아 말(Etruria Marl)이란 흙이 북 스태포드 셔 지방에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런 흙으로 17세기에 이 지방 도예가들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붉은색의 도기를 만들었다.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공장에서 40년 정도 일했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창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갔던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와서 거리를 다 메꾸고 활기찬 젊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셨다. 사실 지금 영국 도자기 산업은 점차 시장에서 위축되고 있다. 가장 단면적인 모습이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스톡-온-트렌트의 많은 공장들이 중국, 말레이시아,인도네이사, 태국에 공장을 전체 혹은 부분 이전하였거나 현재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곳이 많다. 비단 영국뿐만이 아니다.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도자기 회사도 이미 태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다 떠날 때 기회로 삼는 이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스톡-온-트렌트가 생존할 수 있고 도자기 마을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톡온트렌트 기차 역 앞의 웨지우드 동상 




스톡-온-트렌트 방문 TIPS 


1.     기차
영국 기차 홈페이지에서 최소 1-2주 전까지는 예약을 해야 advanced ticket이라고 해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영국 기차 티켓은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당일 발권을 하려고 했다간 2-3배 비싼 가격으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주말보다는 주중에 잘 만 고르면 아주 저렴한 티켓을 고를 수가 있고, 대부분 공장과 박물관들 이주 말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제대로 구경하려면 주중에 일찍 서둘러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2.     버스
가끔 내셔널 코치 버스회사에서 프로모션으로 한 두 달 전에 fun fair가격을 내어놓을 때가 있다. 내셔널 코치 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리 예약하면 런던 빅토리아 코치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다. 약 4시간 동안 걸린다. 


3.     렌터카 
가족단위나 친구끼리 뭉쳐간다면 차를 렌트해서 가는 방법도 버스, 기차 티켓 가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영국 전역에는 다인승 벤을 빌릴 수 있는 스트리트 카(street car) 서비스가 저렴한 가격에 잘 나와있으니 영국에서 운전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특별히 도자기 공장 아웃렛에서 도자기 쇼핑을 마음껏 즐기려면 이 방법을 더 추천한다. 



4.     방문하기 전에 스톡-온-트렌트 공식 관광 페이지를 참고 하면 효과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한국어로 번역이 옵션이 있다. 



5.     공장 투어 예약 
대부분의 공장이 오픈 시간도 다르고 공장 투어를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홈페이지로 공장 투어가 있는 시간, 요일 등을 확인하도록 하자. 미리 예약을 해야 한 다고 쓰여 있으면 이메일 혹은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다. 모든 공장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에 약하더라도 공장 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로열 앨버트, 로열 덜튼 아울렛 
웨지우드 아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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