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자기마을
06 본차이나는 Made in China?
결혼 혼수나 예단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단어인 ‘본 차이나 (Bone China)’는 언뜻 그 이름을 들으면 차이나(China) 즉, 중국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본차이나를 중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사실 본차이나의 기원은 영국이다.
본차이나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경질 자기와 연질 자기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유럽 도자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연질 자기 (soft-paste porcelain)와 경질 자기 (hard-paste porcelain)에 대해 분류해 놓는 경우가 많다. 언뜻 들으면 이름이 어려운 것 같지만, 한마디 정리해보면 경질 자기라고 불리는 것들은 중국, 한국, 일본에서 만들어졌던 단단한? 백자이다. 장석 질의 원료를 사용하는 자기이다.
반면에, 연질 자기는 영어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프트 페이스트 포셀린, 유럽에서 발명된 부드러운 자기라고 이해하면 쉽다. 제작과정에서 연질 자기는 좀 더 투명하고, 가소성(plasticity)이 높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강질 자기는 투광성은 적지만 강도가 높다. 한국의 달항아리와 영국 도자기 찻잔을 떠올려보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독일이 경질 자기를 발명한 이후에도 영국은 경질 자기 생산이 어려웠는데 그래서 그 과정에 발명된 것이 연질 자기의 일종인 본차이나이다.
사실 본 차이나를 발명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 스포드 공장의 창시자인 조사이어 스포드(Josiah Spode)는 무엇보다 본차이나를 발명하고 발전시켜온 장본인이다. 영국 스포드 공장은 몇 년 전에 문을 닫았지만, 영국 본 애쉬를 사용하는 그릇은 아직도 만들어져서 전 세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본차이나(Bone China)는 본애쉬(Bone Ash)와 차이나(China, 도자기)의 합성어인데, 재료 중 본애쉬가 30% 이상, 장석, 고령토(Kaolin)가 함유되었다. 여기서 본 애쉬는 소 뼈를 갈아서 구워서 만든 일종의 재이다.
한국도자기에서도 내세우는 파인 본차이나(Fine Bone China)는 보통 원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본 애쉬가 50퍼센트 정도 이상 들어간 경우이다. 더 하얗고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본차이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본애쉬는 지금도 영국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본 차이나 콘셉트를 지금도 사용하는 작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도예가 스티브 딕슨(Stephen Dixon)은 이러한 본차이나의 기원과 역사를 이용해 호주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하는 동안 소뼈 대신 레지던시 기간에 수집한 캥거루 뼈를 이용해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본 차이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제품이 아닌 영국에서 만들어진 연질 자기의 한 종류이다. 영국에서는 재페닝(Japanning)을 ‘옻칠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우스갯소리이지만 우리나라의 도자기가 중국보다 먼저 영국에 전해졌다면, 본차이나가 본 코리아(Bone Korea)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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