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by 도정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추운 겨울 가슴까지 울리던 베이스 소리를 들으며

술집 앞에 서서 손에 입김 후후 불며 00시가 지나기를 기다렸을 때는

확실히 어른은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모든 걸 다 주고 싶던 사람과 이별할 때?

인생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매일 술로 밤을 지새울 때?

아니면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때로는 같이 공부할 때?

그것도 아니면

빛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나는 빛나는 사람 옆의 어둠인걸 알았을 땐가


젊을 때, 그러니까 지금도 젊지만 더 젊었을 때

달려오던 오토바이에 치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던 적이 있다.

그 후로 종종 후유증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앞자리가 바뀌니 몸이 이젠 진짜 통제를 벗어났다.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늙었다는 것은 실감이 난다.

하지만 내가 늙었다는 것과 어른이 되었다는 말은 다른 말인 것 같다.


젊을 때 불나방처럼 꿈을 향해 모든 걸 던졌지만

그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음악을 했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예술고등학교와, 예술대학교를 나왔다.

사실 음악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원래 살던 동네에서 괴롭힘을 심하게 당했기 때문에

그 동네를 벗어나기 위해 제일 먼 곳의 학교를 찾아 시험을 봤는데, 붙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도망친 곳이 어떻게 낙원이었겠는가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괴물들은 이곳에 다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그들 틈에서 밤을 지새워가며 따라가려고 노력한 3년이었다.

시간이 지나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몇 년 동안 재정적으로 힘들어서 음악은 미뤄두고 일만 했었다.

그동안 나의 고등학교 동기들은 대부분 음악을 그만두었다.

처음엔 배신자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같이 힘들게 이겨냈는데, 조금 힘들다고 떠나는 것 같아 미워했었다.

그렇게 혼자 찔려해서 나이의 앞자리가 두 번 바뀌는 동안

나는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붙잡고만 있었다.


그동안 나는 연애는 몇 번 했었지만,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녀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지금 당장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면 0점이 나올 것이다. 분명히 도태된 사람이다.

이대론 안 될 것 같아서 20년을 가까이 잡고 있던 음악을 놓았다.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재지 않고 바로 그만두었다.

한 때는 밤을 지새우며 열심히 했었지만 지금은 애초에 붙잡고 있던 것에 가까웠으니..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떤 회사가 나를 쓰겠는가, 엑셀은 당연하고 한글과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른다.

남들은 결혼식 청첩장을 보낼 때

나는 앞으로 먹고살 길이 답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0대의 내가 바란 어른의 모습은 분명 이게 아니었다.

잘 숙성된 와인처럼 그 풍미가 흘러나오는 사람.

분명히 내가 꿈꾸던 어른은 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미련하게 잡고 있다가 대책 없이 놓아버린 철부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어른이었으면 나의 동기들처럼 빠르게 손절한 후에 후일을 도모했을까?

내가 지금의 시기를 이겨내고 비상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른이 되는 걸까

인생의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누구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았을까, 혼자 버텨내며 이겨냈을까,

아니면 아직도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그들을 품고 살아가는 걸까


사람의 마음에 자명종이 있으면 좋겠다.

자연스레 살아가다 보면 '넌 이제 어른이야.' 하고 울리는 자명종.

내 실수들과, 나의 선택들이 그 자명종에 전부 기록되어 결국 어른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자명종.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고 알려준다면 더 이상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모두가 자신의 실수와 이루지 못했던 바람들을 후회로 품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서로를 토닥이며 살아가는 것.

런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오늘도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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