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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05. 2024

초등학교 입학식

몇 년  이야기지만 지금 한국은 입학시즌이니 생각난 김에 내 초등학교 입학식 이야기도 남겨둬야겠다.  독일은 가을에 학기가 시작돼서 나는 9월 4일에 입학식을 했다.  엄마랑 나는 진짜 너무너무 설레서 입학준비를 몇 달 전부터 했다. 솔직히 나보다 엄마가 더 설레어했다.  입학식 때 입을 옷과 구두 등등 몇 날 며칠을 찾더니 다 마음에 안 든다며 결국 한국에 있는 이모에게 부탁했다.  이모가 쇼핑센터에 가서 영상통화로 옷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내 마음이 아닌 엄마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그래서 항공우편으로 받았는데 구두가 살짝 작아서, 엄마랑 둘이서 늘려보려고 신고 드라이기로 늘리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안 그래도 작은 신발에다가 두꺼운 엄마양말을 신고 있으려니 발이 너무 아프고 뜨겁고 가만히 있기도 힘든데 엄마는 이뻐지려면 참아야 한다며 참게 하곤 이틀에 걸쳐 신발을 늘였다.

입학식 전 날에 예비소집 같은 걸 했다. 학교에서 준비하라고 한 준비물들을 모두 챙겨서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함께 자리도 정하고 책도 꼽아두고 준비물들은 제자리에 놔두고 하는데 엄마 대박사고침!  준비물은 다 챙겼는데 제일 중요한 교과서를 하나도 준비를 안 한 거다.  엄마가 어쩔 줄 몰라하니 선생님께서 괜찮다며 최대한 빨리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  엄마가 그러는데 엄마 때는 책을 학교에서 다 받았다며 책을 따로 사서 챙겨가야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준비물 리스트에 책이름과 가격이 있었는데 그냥 책값 달라는 거라고 생각했단다.

 엄마는 여름동안에 안개꽃을 보면 눈여겨보고 이것저것 묻곤 했는데 입학식 전날 안개꽃 한 다발을 사 와서 내 화관을 만들어주었다.

난 입학식 아침부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슐튜테 라고 독일입학식에 받는 선물이 있는데 슐튜테도 내가 좋아하는 반짝이로 꾸며줬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입학식당일 나는 내가 직접 고른 책가방을 아주 자랑스럽게 둘러메고 슐튜테를 들고 출발했다.

엄마가 무겁다며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빼고 가방만 들고 가라는데 나는 내 사랑하는 뽀로로인형을 가방에 넣어갔다.

학교도착해서는 사진 찍고 친구랑 놀고 그러다 입학식을 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올라갔는데 선생님이 필통이랑 노트를 꺼내라고 하시는데 나는 뽀로로밖에 없어서 엄청 당황했다.  힝  엄마...  선생님이 괜찮다며 빌려주셨는데 엄마 만나자마자 절대 동생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꼭 다 챙겨주라고 단단히 얘기했다. 엄만 계속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슐튜테에 들어있었던것들

입학식 때는 코로나시기라 직계가족 외엔 다른 손님은 함께 참석할 수 없었는데, 마치고 나서 내 미술선생님이 축하해 주러 집에 방문해 주셨다. (코로나시기라 유치원도 못 가서 엄마가 뭐라도 해야 한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함부르크에 있는 한국이모한테 미술수업을 했었다)

우리는 다 같이 가든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날 먹은 스테이크가 지금까지 독일에서 먹은 스테이크 중 가장 맛있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렇게 맛있는 소고기를 찾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초등학교 입학한 것도 너무 기쁘고 슐튜테도 너무너무 마음에 들고, 화관도 이쁘고, (너무 꽉 쪼아서 아파서 뺏긴 했지만), 날씨도 좋고, 고기도 맛있고, 엄마가 만들어준 슐튜테 모양의 케이크도 좋고 모든 것이 다 좋았던 나의 행복한 입학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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