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2월에 fasching이라는 행사를 한다. 미국의 핼러윈 같은 건데 다들 코스튬을 입는다. 엄마가 핼러원은 종교적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게 해서 나는 핼러윈 때는 아무것도 못한다. 대신 fasching때는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준다. 이번에는 어떤 거를 할까 여러 가지 생각하다 승무원 코스튬을 입기로 했다. 학교에서도 파티를 하는데 브런치 뷔페를 먹어서 아이들 모두 한 가지씩 음식을 해와야 하는데 나는 김밥 싸 오겠다고 적어냈다. 그리고 엄마한테 나는 김밥 해줘 하고 말했는데 엄마가 뭐? 김밥?? 김밥이라고???라고 말해서 응, 선생님도 좋다고 했어라고 했다. 보통 오이 사과 파프리카 배 치즈 머핀 과자 이런 거 하나씩 가져오는데 머핀이나 케이크를 써낸 친구엄마들은 왜 이런 거 썼냐고 성환데 우리 엄마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한다.승무원코스튬을 주문하고 그 전날 비행기모양 헬륨풍선도 샀다. 김밥준비도 엄마가 완벽히 해뒀고 나는 너무너무 설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잠들었는데 일찍 눈이 떠져서 엄마한테 김밥 싸러 가자고 깨웠다. 엄마가 일어나더니 새벽 2시라며 다시자라고 해서 다시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아 겨우겨우 다시 잤다. 엄마는 잠이 안 와서 5시까지 깨어있다가 한 시간 자고 여섯 시에 일어나서 김밥을 쌌다고 한다. 우리 선생님은 채식해서 선생님 김밥은 또 따로 싸줬다. 학교에 갔는데 여자 친구들은 대부분 공주였고, 남자아이들은 공룡 우주인 경찰 뭐 이런 코스튬이었다. 음... 내 생각에 내가 제일 이쁜 것 같다. 오늘 수업도 없고 하루종일 학교에서 놀기만 했는데 요즘 우리가 자주 하는 놀이는 에밀리가 미친개이고 이 개가 침 흘리며 사람에게 뽀뽀를 하려고 해서 우리는 무조건 도망가야 하는 놀이다. 나는 높은 곳으로 도망가다가 스타킹에 구멍이 나서 속상했다.
내 코스튬 / 김밥
엄마가 선생님 거는 소시지 안 넣고 아보카도 넣고 했는데 선생님은 김이 맛이 없다며 안 먹었고, 친구들도 많이 안 먹어서 거의 다 남았는데 쌍둥이 친구들이 김밥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 가서 먹으라고 통 채로 줘버렸다.
그리고 주말에 로즈마리네 fasching 홈파티에 초대받아서 갔다. 아빠는 안 가고 싶다고 해서 안 갔고, 엄마는 코스튬 안 입고 그냥 갔는데 거기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거 없이 다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고 코스튬입고 같이 먹고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