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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03. 2024

아빠랑 보내는 하루

얏호 오랜만에 아빠랑 단 둘이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뭐 그래봐야 아빠가 하는 거 같이 따라가서 하는 거지만 그래도 신난다!

요즘 아빠가 꽂혀있는 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전쟁이다.

한 달 넘게 전쟁 관련 소식들에만 관심을 두고 매일매일 전쟁전쟁 이스라엘이스라엘... 그러면서 맥도널드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등 이런 데는 이제 절대 안 간다며 나도 못 가게 했다. 어쨌든 그 결과로 나는 오늘 아빠랑 데모에 참여하러 나간다. 오랜만의 아빠와의 하룬데 데모라니...

데모 마치고 아빠친구집도 가고 온천도 간다고 한다.

어제부터 아빠는 시위에 쓸 커다란 피켓을 만들었다.

피켓 만드는데 옆에서 놀던 얀네가 아빠가 준 볼펜으로 소파에 그림 그려서 아빠가 소리 지르고 잠깐 난리가 났다. 함부르크의 데모장소에 갔는데 나는 사실 집에 두고 온 얀느가 보고 싶기만 했다.  그리곤 신문 파는데서 어린이무덤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너무 불쌍했고, 내가 누군가를 돕는 데모에 왔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거리행진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집합장소에서 누군가 마이크 들고 계속 얘기만 해서 지겹고 춥고 재미도 없고 비도 조금씩 왔고... 지. 겨. . 다.  아빠는 이야기 듣고 박수도 치고 흥미로워하긴 했다.

아빠랑 데모에서

그러다가 시위대에서 나와서 아빠랑 함부르크에 있는 한인슈퍼에 갔다.  한인슈퍼는 아주 가끔 가는 데 갈 때마다 너무너무 좋다.  오늘은 요즘 얀네랑 내가 좋아하는 밀키스를 잔뜩 샀고, 고래밥도 작은 종이상자에 든 것보다 훨씬 더 큰 고래밥이 보여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빠가 좋아하는 몽쉘도 여러 박스 담고 솜사탕, 칸쵸, 사탕 등등등 한국과자와 한국라면은 진짜 사랑이다.  아 그러고 보니 라면을 하나도 못 샀다.  내 눈에 다 너무 매워 보이는 것뿐이라 얀네도 못 먹을 것 같고 해서 그냥 안 샀다.

쇼핑을 끝내곤 아빠와 함께 베트남레스토랑에 갔다.  배도 너무 고팠고 추워서 나는 글라스누들수프를 주문했는데 이게 또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수프 안에 버섯을 보니 버섯 좋아하는 얀네가 또 생각났다.

오늘 함부르크에서 엄청 신기한 걸 봤다

그것은 바로 노숙자 샤워장. 길에 버스가 세워져 있었는데 안에 의자는 없고 샤워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노숙자분도 그럼 매일 샤워하고 깨끗할 수 있겠네 라는데,

"엄마... 그건 아니지, 버스는 샤워할 공간만 제공하는 거지 물은 알아서 챙겨 와야 해 빗물 모아서 찬물에 샤워해야 해" 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검색해 보니 따뜻한 물도 나온다고 한다

샤워버스(구글 검색)

점심을 먹곤 아빠랑 아빠친구 하이코아줌마네에 놀러 갔는데 나는 할 일도 없고 티브이를 봤다.  마침 우리 동네에 인터넷이 다 끊겨버려서 며칠 티브이를 못 봐서 힘들었는데 드디어 티브이를 본다니... 그것도 옆에서 자기 거 보겠다고 괴롭히는 얀네도 없이! 뭘 볼까 고르다가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을 독일어로 봤다. 지난번에 볼 때 한국어로 봐서 또 한국어로 보고 싶었는데 바꿀 줄 몰라서 그냥 독일어로 봤는데 엄마는 더 잘했다고 했다.  나는 벼랑 위의 포뇨, 토토로 이런 일본만화를 좋아하는데 내 친구 미아(일본엄마)는 그런 건 재미도 없고 언어를 떠나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도 힘들단다. 참 이상하다 이 재밌는 걸 이해를 못 하다니.  난 미아가 더 이해가 안다.

하이코 아줌마네에서 나와서 아빠랑 온천을 갔다.  얀네가 없으니 사우나를 갈 수 있어서 좀 좋긴 했는데, 어린이풀에 아기들을 보니 얀 네 생각이 나서 맘이 좀 쓰였다.  길었던 하루를 보내고 나는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이 들었고, 집에 오니 얀네랑 엄마는 이미 쿨쿨 자고 있었다.

아빠랑 보내는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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