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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Feb 25. 2024

차 없이 함부륵에 있는 교회 가기

오늘은 일요일이라 예배드리러 함부르크에 나가야 하는데 차가 아직 없다.  몇 주째 예배에 못 나가서 얀네도 교회 가자고 친구 만나러 가자고 계속 그러고 날씨도 조금 좋아졌고(비도 안 오고 눈도 다 녹아서 길이 깨끗하다) 엄마가 대중교통으로 한번 가보자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아빠가 일 마치고 우리를 데리러 교회로 올 거다.

우리 집에서 교회까지는 차로 평균 50-60분 걸린다.

차 말곤 한 번에 가는 교통수단은 없고 버스+지하철, 배+지하철, 버스 여러 번 등등 여러 루트가 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집 앞에서 바로 탈 수 있는 배는 없다.  겨울에는 비수기라 운영안 하고 비수기 아니라도 주말에는 몇 편 없고 뭐 있으나 마나 한 배다.  

  얀네는 지하철만 보면 띠띠뽀라고 하면서 엄청 좋아한다. 늘 띠띠뽀 타러 가자고 하는데 탈 기회가 잘 없어서 오늘 함부륵 나갈 때 탈까 했는데 지금 독일에 기차지하철 등등 철로로 달리는 것들 다 파업 중이라 이것 또 못 탄다.  결국 버스만 여러 번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나는 뭐 괜찮다.

먼저 집에서 나와서 좀 걸어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자전거샾이 있는데 거기 전단지를 두 장 뽑아서 얀네하나 주고 나도 하나 가졌다.  엄마가 그건 왜 가져오냐고 물어서 "이거 보미 줄 거야, 우리 동네에도 자전거샾있다고 알려주게"라고 했더니 엄마가 웃었다.  왜 웃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얀네는 태어나서 버스 타본 적이 몇 번 없어서 이거 재밌다 하며 좋아했다.  그런데 엄마는 버스타자 마자 벌써 힘들다고 하는데 아니 내가 보기엔 집에서부터 이미 엄마 좀 도와달라며 소리치고 짜증 내고 그랬다.  

옆동네까지 와서 내렸는데 거기서 약 25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지겨워서 바로 옆 놀이터도 갔다가 은행도 갔다가 시간을 때웠다.  버스정류장에 자판기가 있는데 대박! 거기에 한국라면도 팔았다

불닭볶음면 찾았다!

한 개에 4.30유론데(약 6300원) 엄만 너무 비싸게 판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라면이 얼마나 맛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저 자판기에서 뭔가를 사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안 사줘서 헌금하려고 챙겨 온 2유로로 사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그것도 안된다고 해서 결국 못 사 먹었다. 너무너무 아쉬웠다. 진짜 사 먹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고 있는데 버스가 시간에 안 왔다.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 그 버스가 온 거다. 큰일 났다 뛰어!!! 버스 놓치면 다음버스가 빨라야 한 시간 뒤에 오기 때문에 교회는 못 가는 거다.  그런데 뛰면 뭐 해... 이미 버스 지나갔는데.. 흑흑.  그 와중에 뛰다가 얀네가 과자 떨어트렸다고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버스는 갔지만 집에라도 가야 해서 길을 건넜는데 아놔 아까 그 버스가 돌아서 다시 오는 거다.

다시 뛰어!!!!! 막 뛰어가서 버스를 탔다.  엄마가 cranz까지 간다고 했는데 버스기사님이 이 버스 cranz 안 간다는 거다.  우리 150번 버스 갈아타기만 하면 된다니까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자기가 알려주겠다며 자기 내릴 때 따라 내리라고 하셔서 일단 탔다.  그렇게 우린 두 번째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할머니 따라 내렸다.  버스 내려서 결국 얀네 과자가 다 쏟겨서 나는 얼른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쓰레기통에 버리지 마라며 난린거다, 새 먹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그래서 또다시 길에 집어던져버렸다.  그렇게 할머니랑 몇 마디 나누며 같이 걸어서 다음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했다.  버스 기다리는데 얀네가 화장실 가고 싶다는 거다, 화장실이 없어서 엄마가 숲에 데려가서 볼일 보게 했는데 똥 쌌단다.

독일은 개똥 싸면 무조건 치워야 한다.  가만 보니 엄마 손 티슈 안에 얀네 똥이 들어있었다.  우엑 더러워

얀네는 응가도 했겠다 우리는 편안하게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니더작슨버스 / 뒤에 언덕위에서 응가하고 기분좋은 얀네

또 버스를 탔는데 엄마가 다시 버스비 내러 가야 한다는 거다, 분명 아까 냈는데.  이전까진 니더작슨버스고 지금부턴 함부르크 버스라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기사님한테 갔는데 기사님이 1월 1일부터 더 이상 버스 안에서 티켓 안 판다며 무조건 온라인으로 해야 한단다.

좀 전에 우리 동네 버스에서는 기사님한테 티켓 샀는데 여긴 다른가보다.  엄마는 우리 앉혀두고 앱다운로드하고 가입하고 티켓 산다고 계속 핸드폰만 쥐고 있고 우리는 간식 먹고 놀았다.  이 버스를 약 45분 정도 탑승했는데 거의 내릴 때 다 돼서야 엄마가 이제 다 했다고 했다.  불쌍한 엄마.

중간에 멀미 난다며 여러 번 쉬긴 했다.

버스를 내리니 시내였다.  근처에 le crobag이라는 빵집이 있는데 이 집 버터크루아상이 진짜 맛있어서 버스 내리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사 먹었다.  진짜 너무 맛있음!

엄마는 힘들게 왔지만 이거 하나 먹으니 충전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안 힘들었다.  그렇게 크루아상 먹으며 걸을까 버스를 또 탈까 하다 그냥 걸어서 교회까지 갔는데 차로 오면 한 시간인데 버스 타고 와서 세 시간이나 걸렸다.

엄마가 다시는 못할 것 같다는데 나는 또 할 수 있다.


참 보미 주려고 챙긴 자전거샾 전단지는 처음 탄 버스에서 이미 구겨져서 버려버렸다


그리고 얀네랑 나는 몸살이 나서 월, 화요일 학교를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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