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로 옆집은 아니고 옆옆집정도? 걸어서 30초도 정도 걸리는, 우리 집문에서 그 집 문이 바로보이는 거리에 로즈마리가 산다. 로즈마리를 줄여 우리는 로미라고 부르고, 동생 아폴로니아가 있는데 폴리라고 부른다.
로미는 나랑 같은 나이이고, 폴리는 세 살이다.
로미는 좀 특별한 친구인데 오늘은 로미 얘기를 한번 해보려고.
로미는 우리가 이 시골집에 이사 왔을 때 이미 여기에 살고 있었는데 그땐 나랑 동갑인 친구가 있다 정도로만 알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를 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엄마아빠가 이혼하셔서 이사 간 거였다.
그러고 얼마 후 로미네 집에 로미아빠의 새 와이프가 왔고 로미의 동생이 태어났다.
이때 로미는 함부르크에 살았다. 로미아빠가 함부르크시내에도 집이 있어서 거기서 보통 지내고, 가끔 여기로 온다. 그러더니 폴리가 점점 커가며 루이자(로미아빠의 새 와이프)와 폴리가 여기서 지내기 시작했다. 물론 함부르크도 왔다 갔다 하지만 여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거다.
함부르크에 집을 남겨두는 이유는 로미의 학교와 양육권 때문이라고 들었다. 로미학교 근처에 엄마집도 있고 아빠집도 있어서 딱 반반씩 왔다 갔다 한다고 들었다.
뭐 어찌 됐건 그 바람에 로미도 주말에 아빠랑 같이 있을 때면 여기에 온다. 그럼 나랑 놀 수 있게 되는 거다! 야호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처음 로미집에 갔던 날 나는 엄청 놀랐다. 이런 집도 있구나 화장실이 완전 Abenteuer였다. Abenteuer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진 모르겠는데구글번역기에는 모험이라고 나온다. 변기뚜껑이 전자동인 것도 신기하고, 물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물 켜는 버튼도 없고 온도조절하는 것도 없는데 물이 나오면 무지개 조명이 자동으로 들어오면서 물이 나온다. 화장실조명이며 수납장까지 다 신기했다. 로미 방도 너무 이쁘고, 책상의자는 공주님 의자에다가 카펫도 너무너무 폭신해서 걸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엄청 부자인 것 같다.
우리 둘은 같이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고, 동생들이랑 가든에서 놀기도 하고 집 앞에서 산책도 하고 논다.
가든에서 우리 넷 노는 중
마크(로미아빠)는 여러 사업을 하는데 늘 외국 여기저기에 있고 집엔 잘 없다. 여러 사업 중 하나는 여러 나라에 요트를 두고 빌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방학 때 요트가 비어있으면 로미는 그 요트에서 시간을 보내러 마이애미 프랑스 몰타 이태리 모로코 여기저기를 다닌다. 처음엔 부러웠는데 들어보니 엄청 재밌는 것같지도 않다. 로미는 요트에서 내리지를 못하니 요트 안에 방에 세 개 네 개 수영장이 있다고 한들 재미가 없단다. 또 바다 한가운데라 너무 덥고 먹을 것도 한정적이고 친구도 없고!
로미아빠 보트에서
이건 로미아빠 보트인데 엄마가 이걸 타고는 좋아했다.
근데 나도 우리 아빠보트보단 로미아빠보트가 훨씬 좋긴 했다. 아빠미안. 로미가 가끔 올 땐 기다려지고 토요일 놀고 일요일교회 때문에 못 놀면 그렇게 아쉬웠는데, 이젠 올 때마다 아침점심저녁으로 찾아와서 놀자 하고 나도 할 일이 있는데 오면 가지도 않고 해서 솔직히 힘들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