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늘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독일어를 잘 못하니 일 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시골마을이라 아무것도 없고 아빠의 근무시간이 불규칙적이라 사실 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8-13시까지 학교에 있고, 동생은 8-12시까지 유치원에 가며 등하교는 엄마나 아빠가 직접 태워다 주시고 데리러 오신다. 우리가 사는 곳은 스쿨버스 같은 건 없고, 일반 버스도 없고, 걷거나 자전거 자차만 가능한데 자전거도 4학년 이후로 혼자 탈 수 있어서 늘 엄마아빠랑 같이 간다.
사오 년 전에 엄마가 레스토랑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동네는 레스토랑들도 대부분 4월부터 11월까지 정상영업을 하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불규칙적으로 영업한다. 시골이라 사람도 없고 날씨도 안 좋아서 관광객도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친구들 엄마를 보면 대부분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한다. 쌍둥이엄마(페루)는 근처 호텔연회장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지금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해서 하시고, 미아엄마(일본)는 초밥 만드는 일하시고, 키옐엄마(아르헨티나)는 의사로 일하시고, 헨드리엄마(중국)는 일은 하시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모든 엄마들이 대부분 일을 하신다.
우리 엄마도 동생얀네가 유치원에 가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구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빵집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아빠가 일 하지 않는 날에 엄마가 일 하고 일주일에 최대 15시간 일 하기로 계약서를 들고 왔다. 엄마는 어어어어 엄청 좋아하시며 전 세계 엄마가 아는 분들에게는 전부 다 얘기하신 듯하다. 그러곤 정식 출근 전에 한번 일 해보기로 했다며 일하러 갔다. 동생이랑 아빠랑 내가 엄마를 빵가게까지 태워다 주고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주고 왔다. 그날 네 시간 일 하셨는데 동생은 오천번 엄마 찾고 울고, 나도 지겹고, 아빠도 뭘 해야 할지 모르고 해서 그냥 엄마 빵가게로 가서 우리는 거기서 빵 먹고 코코아 마시며 놀면서 엄마 일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러곤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얘기 들어보니 빵집 대청소해줬다고 한다. 대부분 빵집은 통유리인데 유리창 다 닦고 전등 테이블 의자 위아래 실내천장에 붙은 거미줄까지 다 떼어내고 왔단다. 커피기계청소 빵진열대 청소 등등 모든 청소는 다했다고 하는데, 정작 빵 판매하는 건 안 하고 왔다. 다른 직원이 손님을 대응하고, 혹시 직원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저희 직원 곧 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라고 얘기하라고 하곤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엄마 빵집에 갔는데 빵을 팔아야지 왜 청소만 하고 왔어, 다음부터 엄마도 빵 팔겠다고 꼭 얘기해라고 얘기해 줬다. 그러고 열흘쯤 뒤에 엄마의 첫 출근날이었다. 나는 그 전날 자기 전에 엄마 손 꼭 잡고 기도해 줬다. "하나님 우리 엄마가 가서 청소만 하지 않고 빵도 팔고 일 잘하고 오게 해 주세요" 하고..
그날은 화요일이었고 학교 마치면 함부륵으로 플루트 레슨을 가는 날이다. 대부분 엄마랑 같이 가는데 오늘은 엄마가 일 하러 가서 아빠랑 가야만 했다. 학교 마치고 나오니 차에 엄마아빠가 같이 앉아있는 거였다. 깜짝 놀라서 엄마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보니 엄마의 첫마디. "엄마 잘렸어" 대박! 우리 엄마 빵집 잘렸다. 왜왜왜왜왜왜? 뭣 때문에????!!!!! 엄마는 엄마가 독일말을 잘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 그 정도 말은 다 할 줄 아는데...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났다. 왜 왜 왜 우리 엄마 힘들게 청소만 시키고 자르는 거야!!!! 엄마는 엄마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속상했다. 엄마가 더 좋은 일 자리를 구하기를 기도해야겠다.
아빠는 엄마가 잘려서 다행이라며 진짜 좋아한다. 아빠 혼자 내는 세금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일해서 세금 내면 이스라엘한테 무기 사준다며 세금 내는 일 하지 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