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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Feb 26. 2024

엄마가 일을 구했다

우리 엄마는 늘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독일어를 잘 못하니 일 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시골마을이라 아무것도 없고 아빠의 근무시간이 불규칙적이라 사실 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8-13시까지 학교에 있고, 동생은 8-12시까지 유치원에 가며 등하교는 엄마나 아빠가 직접 태워다 주시고 데리러 오신다.  우리가 사는 곳은 스쿨버스 같은 건 없고, 일반 버스도 없고, 걷거나 자전거 자차만 가능한데 자전거도 4학년 이후로 혼자 탈 수 있어서 늘 엄마아빠랑 같이 간다.

사오 년 전에 엄마가 레스토랑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동네는 레스토랑들도 대부분 4월부터 11월까지 정상영업을 하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불규칙적으로 영업한다.  시골이라 사람도 없고 날씨도 안 좋아서 관광객도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친구들 엄마를 보면 대부분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한다.  쌍둥이엄마(페루)는 근처 호텔연회장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지금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해서 하시고, 미아엄마(일본)는 초밥 만드는 일하시고, 키옐엄마(아르헨티나)는 의사로 일하시고, 헨드리엄마(중국)는 일은 하시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모든 엄마들이 대부분 일을 하신다.  

우리 엄마도 동생얀네가 유치원에 가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구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빵집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아빠가 일 하지 않는 날에 엄마가 일 하고 일주일에 최대 15시간 일 하기로 계약서를 들고 왔다.  엄마는 어어어어 엄청 좋아하시며 전 세계 엄마가 아는 분들에게는 전부 다 얘기하신 듯하다.  그러곤 정식 출근 전에 한번 일 해보기로 했다며 일하러 갔다.  동생이랑 아빠랑 내가 엄마를 빵가게까지 태워다 주고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주고 왔다.  그날 네 시간 일 하셨는데 동생은 오천번 엄마 찾고 울고, 나도 지겹고, 아빠도 뭘 해야 할지 모르고 해서 그냥 엄마 빵가게로 가서 우리는 거기서 빵 먹고 코코아 마시며 놀면서 엄마 일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러곤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얘기 들어보니 빵집 대청소해줬다고 한다.  대부분 빵집은 통유리인데 유리창 다 닦고 전등 테이블 의자 위아래 실내천장에 붙은 거미줄까지 다 떼어내고 왔단다.  커피기계청소 빵진열대 청소 등등 모든 청소는 다했다고 하는데, 정작 빵 판매하는 건 안 하고 왔다.  다른 직원이 손님을 대응하고, 혹시 직원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저희 직원 곧 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라고 얘기하라고 하곤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엄마 빵집에 갔는데 빵을 팔아야지 왜 청소만 하고 왔어, 다음부터 엄마도 빵 팔겠다고 꼭 얘기해라고 얘기해 줬다.  그러고 열흘쯤 뒤에 엄마의 첫 출근날이었다.  나는 그 전날 자기 전에 엄마 손 꼭 잡고 기도해 줬다.  "하나님 우리 엄마가 가서 청소만 하지 않고 빵도 팔고 일 잘하고 오게 해 주세요" 하고..

그날은 화요일이었고 학교 마치면 함부륵으로 플루트 레슨을 가는 날이다.  대부분 엄마랑 같이 가는데 오늘은 엄마가 일 하러 가서 아빠랑 가야만 했다.  학교 마치고 나오니 차에 엄마아빠가 같이 앉아있는 거였다.  깜짝 놀라서 엄마 무슨 일이야? 하고 물어보니 엄마의 첫마디. "엄마 잘렸어" 대박! 우리 엄마 빵집 잘렸다.  왜왜왜왜왜왜? 뭣 때문에????!!!!!  엄마는 엄마가 독일말을 잘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 그 정도 말은 다 할 줄 아는데...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났다.  왜 왜 왜 우리 엄마 힘들게 청소만 시키고 자르는 거야!!!!  엄마는 엄마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속상했다.  엄마가 좋은 자리를 구하기를 기도해야겠다.


아빠는 엄마가 잘려서 다행이라며 진짜 좋아한다.  아빠 혼자 내는 세금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일해서 세금 내면 이스라엘한테 무기 사준다며 세금 내는 일 하지 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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