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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Feb 27. 2024

플루트 수업

오늘은 화요일이고, 화요일은 학교 마치고 플루트 수업을 받는 날이니까 플루트수업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우리 집에는 자잘한 악기들이 많은데 사실 다 내 장난감이다.  전자피아노부터 시작해 오카리나 우쿨렐레 리코더 실로폰 아코디언 트라이앵글 탬버린 하모니카 뭐 이런 것들.

늘 가지고 놀기만 했는데 초등학교에 가니 엄마가 배우고 싶은 거 있음 하나 배워보라고 하는데 딱히 배우고 싶은 건 없었다.  어느 날 티브이를 보는데  플루트를 연주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엄마한테 플루트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엄마가 엄청 좋아하며 당장 배워보쟈며 흥분하셨다.

내가 그렇게 악기 배우는 거에 관심이 없었었나? 그냥 난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없었을 뿐인데...

그렇게 난 2학년을 무사히 끝낸 선물로 플루트를 선물 받았다.

악기는 생겼으니 선생님을 찾아야 하는데 시골에 플루트 선생님이 없네?!

엄마는 교회에 플루트 공부하신 이모와 컨택해서 테스트수업을 하고 내 플루트 선생님으로 정했다.

선생님댁은 함부르크고 우리 집은 니더작슨 시골이라 매주 화요일 학교가 마치면 바로 차를 타고 함부륵으로 최소 한 시간을 달려가야만 한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서 내가 차에서 이동하며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차에서 도시락 먹는 거 너무 맛있다.

가끔 음료로 물이 아닌 스프라이트나 밀키스가 오면.. 꺄 너무 좋음.

옆에 있는 동생이 이거 달라 저거 달라 귀찮게 해서 짜증이 나지만, 차에서 동생 울고불고하면 엄마가 운전하는데 시끄럽게 한다고 혼내고, 내 수업 때문에 지금 다 같이 가는 건데 그것도 못해주냐고 또 잔소리시작과 함께 늘 나만 혼나니 참고 동생비위 맞춰준다.

차에서 발악하는 동생


선생님댁에 도착해서 수업 들어가면 엄마랑 동생은 차에서 기다리는데 보통 동생이 그때 잠깐 낮잠을 자거나 지나다니는 지하철 기차를 구경한다. 우리 동네에는 지하철이 없어서 얀느는 지하철만 보면 띠띠뽀라며 엄청 좋아한다.

우리 집은 지은 지 백 년도 넘은 집인데 도시의 선생님집은 벨 누르는 것도 신기하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참 좋다.

선생님이랑 한국말로 수다도 떨며 레슨 하는 건 진짜 재밌다고!

그리고 수업 마치고 나면 시내에서 이것저것 하는 것도 너무 신나고 재밌다. 함부르크에 보통 일요일 예배드리러 나오는데 그날은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쉬운데, 레슨 받는 날은 화요일이니 마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오늘은 쇼핑센터에 가서 친구 보미를 만나기로 했다.  같이 쇼핑하고 보미집에 갈 계획이다.

하 진짜 이거 너무 신나잖아! 내가 요즘 엄청 꽂혀있는 문구브랜드가 있는데 진짜 하나하나 다 너무 이뻐서 전부 다 사모으고 싶다.  첫 번째 방문한 상점에는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세상에 거기는 진짜 별의별 것이 다 있었다.  꼭 가지고 싶은 부채, 알람시계, 도시락, 지우개... 진짜 다 가지고 싶다.  나는 거기서 아주 신중히 초록색 코일라볼펜을 하나 골랐다.  당장 학교에 가서 자랑하고 싶다 내 이쁜 펜.  엄마 말론 이 브랜드가 함부르크에서는 대 유행인데 우리는 근교시골에 살아서 촌동네까지 그 유행이 오지 않았고, 우리 동네에는 이 브랜드제품을 살 곳이 없다고 한다.

난 이래 봬도 독일의 수도 베를린 출신이라고! 대도시의 유행정도는 따라가는 촌닭이야.

이쁘지? 코알라는 빼서 여기저기 끼워넣을수있다

쇼핑 마치고 보미네집으로 이동했다.  보미엄마가 저녁으로 부대찌개, 돼지수육을 준비해 주셨는데 진짜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몇 그릇을 먹었다.  돼지수육도 새우젓이랑 같이 먹는데 집이선 새우젓을 그냥 고기랑 먹는데 보미엄마는 새우젓에 스프라이트를 살짝 섞어주시는 거다!

더 더 더 맛있었다.  난 저녁밥도 다 먹고 나서 계속 먹을 걸 찾았다.  보미집엔 맛있는 게 많더라고 흐흐흐

프링글스 한통 다 먹고 싶은데 먹다가 엄마한테 뺏기고 크루아상도 먹고 계속 먹을 거 찾으니 엄마가 이제 그만 먹으라며 너 독일집가선 맨날 물만 마시고 오면서 왜 한국집 오면 거덜을 내냐고 성화였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지, 독일집에선 부대찌개 안 준단 말이야!

엄마도 얀네도 나도 배 터지게 먹고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동생이랑 나랑 차에서 잠들어버렸지...

참 다음레슨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해서 보미집에서 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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